9년째 장기 연애, 8년째 동거 중인 커플의 이야기
예전부터 익숙하게 쓰던 단어인데 요즘은 유독 더 자주 말하며 들리는 것 같다.
특히 친구 사이보다는,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더 많이.
주변에 기혼자가 많아져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관계의 본질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는 시기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요즘 나를 더 신경 써야겠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 이유 중 가장 큰 건 바로 이 '끼리끼리' 때문이다.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는
"저 커플 딱 끼리끼리네"라는 말을 듣고 있을 거고,
그 말이 좋은 의미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하지 못하고, 눈치가 없고, 철없는 사람이라고 평가받는,
부정적인 끼리끼리에 묶이고 싶지 않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된다면,
내가 만나는 사람도 좋은 사람일 것 같고
반대로, 내가 만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면
나 또한 그렇게 보이지 않을까.
요즘 자주 떠오르는, 내 주변 끼리끼리 사례 몇 가지를 들어볼까 한다.
A 부부
남편은 감정 조절이 어렵고,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벽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내는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쉽게 단정 짓는다.
처음엔 둘 중 한 사람의 문제일까 싶었지만, 알고 보니 둘 다 비슷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말한다.
"저 부부는 진짜 끼리끼리야."
B 부부
남편은 결혼식장에서 크라잉넛의 ‘좋지 아니한가’를 불렀다.
선곡 센스가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와이프도 함께 불렀다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아, 이건 진짜 끼리끼리다.
(여기서의 끼리끼리는 결이 비슷하다가 가장 적합한 뜻이겠다)
C 부부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다.
의사가 금주하라고 신신당부하지만,
크게 아픈 병이 아니라며 여전히 술을 마신다.
남편 역시 건강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서로를 말리기보단 함께 술자리를 즐긴다.
이것도 끼리끼리의 한 모습이겠지.
그렇다면, 우리 둘은 어떤 끼리끼리를 만들고 있을까?
1. 틱톡(릴스, 숏츠)은 안 찍지만, 릴스 춤은 춘다.
집에서 틱톡 월드컵을 보며 열심히 따라 춘다.
영상으로 남기지는 않지만, 추는 건 열정적이다.
예비 유튜버, 틱톡커를 노리는 우리.
2. 승부욕이 아주 강하다.
게임을 하면 서로 눈빛이 바뀐다.
‘할 거면 잘해야지’, ‘절대 져선 안 된다’는 마인드로
숨도 안 쉬고 집중해서 게임을 한다.
3. 집에서는 흥이 넘친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자주 춤을 춘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한 명이 시작하고, 다른 한 명이 따라 추고.
왈츠인지 막춤인지 모를 춤을 추다가 서로 웃고.
노래도 많이 부른다.
한 명이 선창, 다른 한 명이 후창.
결국은 둘이서 만든 노래방.
밖에서는 조금 체면 차리지만,
집에서는 누구보다 잘 노는 둘이다.
못 해도 상관없다.
나만, 우리만 재미있으면 되는 일.
‘끼리끼리’는 참 마법 같은 단어다.
어떤 상황에선 칭찬 같고,
어떤 상황에선 핀잔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종종
“오래 사귀면 닮는다”라고 말하는데,
그건 단순히 외모나 말투만이 아니라
서로의 생각, 태도, 행동 같은 것들이 서로에게 스며들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서로의 색이 겹치고, 닮아가면 우리는 그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말한다.
“끼리끼리네.”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어떤 관계든, 어떤 시기든.
내가 속한 끼리끼리는 좋은 방향으로 닮아가고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좋을 순 없겠지만,
서로를 인지하고, 노력하고, 함께 자라 간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괜찮은 '끼리끼리'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