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영화, 좋아하세요?

쓰는건짐_시즌2

by 어떤하루

초록으로 가득한 넓은 초원에 숏컷에 수수한 옷차림의 여인이 노래를 부르며 뛰어다니고 있다. 환한 미소, 자유로운 움직임에 눈길이 머무른다. 장면이 바뀌고 이 여인은 똑 같은 모양의 옷을 입은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노래를 부르고 있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눈빛, 노래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


커다란 홀, 궁중예복을 차려입은 남자와 넓게 퍼져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춤을 추고 있다. 왈츠연주에 맞춰 그 큰 홀을 누비고 다닌다. 서로 눈맞춤을 하며 말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눈빛으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 청바지와 흰티에 젤을 발라 깨끗하게 넘긴 머리를 한 남자들. 각각의 무리가 번갈아가며 노래로 마음을 전한다. 춤은 옵션. 환한 표정에서 설레는 마음이 엿보인다.


해가 넘어가고 하늘은 짙은 남색과 연보랏빛의 그라데이션으로, 암흑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예쁜 색을 뽐내고 있다. 그 아래에서 춤을 추는 커플. 몸놀림이 가볍다. 서로에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다. 그 순간만큼은 아마도 같은 마음이었겠지?


나에게 ‘영화’라는 단어는 이 장면들로 남아있다. 사운드오브뮤직, 왕과나, 그리스, 라라랜드의 장면들. 모두 뮤지컬영화다.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 긴 시간 한 호흡으로 보는 것도 힘들고, 특히 극장은 어둡고 꽉 막혀서 답답해서 싫어한다. 앞의 세 영화는 그 시절 밤에 해주던 명화극장에서 봤을거고, 라라랜드는 아이가 어느정도 자란 후 어린이 영화가 아닌 내가 보고 싶은 걸로 처음 같이 본 영화다. 몇 개 안되는 영화들이 이렇게 깊게 각인되어 남아있다.


말로 하기 쑥스러운 마음을 노래로 전하고, 좋아하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녹음해 카세트테이프로 만들어서 상대에게 전한다. 똑 같은 노래를 좋아하면 운명인가 싶고, 이별 후에는 모든 노래가 다 내 마음이다. 힘들 때 위로가 되어주고 기분이 좋을때는 그 감정을 몇배로 증폭시켜준다. 노래는 말을 대신하는 가장 훌륭한 언어다.


춤은 어떨까? 단어로 표현하기 힘든 마음들이 있다. 그럴때는 몸으로 표현을 한다. 춤을 잘 몰라도, 내가 춤을 추지 못해도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걸 보고 있으면 춤추는 사람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이 된다. 말로 표현하지 않지만 어떤 감정인지 무얼 말하고 싶은지 충분히 전달이 된다. 말보다 더 정확하게.


그래서일까. 기억속에 남아있는 영화들에는 전부 춤과 노래가 있다. 몇십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장면들. 몸짓, 노랫말, 멜로디, 그리고 그들의 표정이 그대로 기억속에 남아있다. 말하지 않아도 소통하고 있는 사람들. 말이 필요없는 순간들. 이번 생에는 틀렸지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이고 싶을 만큼 춤과 노래가 좋다. 오래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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