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장면
다시 시작한 '알쓸 별잡' 시리즈를 봤다. 첫 여행지는 이탈리아 로마. 유현준 건축가가 성당에 가서 천장화를 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천장화를 보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인증샷을 찍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다. 성당 측에서는 천장화 인증샷을 잘 찍게 하기 위해서 거울을 설치 해두고, 일정 금액을 넣으면 조명이 켜지고 천장화를 비춰주면서 나와 함께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신기한 장면. 포토존이 이런 곳에도 있다니.
유현준 건축가는 우리가 요즘 카메라를 통해 필터를 한 번 거쳐서 세상을 본다는 이야기를 했다. 공감했다. 당장 콘서트를 가봐도 현장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는 다들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는다. 전광판의 큰 화면도 아닌, 집에서 보는 화면도 아닌, 굳이 현장에서 그렇게 작은 핸드폰 카메라로 공연을 보는 이유를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넓은 공연장에서 그렇게 작은 뷰파인더로, 핸드폰 카메라로 공연을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막상 찍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뒷사람에게 피해까지 주는 걸 보면서 언제부터 우리가 저렇게 인증을 남기는 것에 급급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전시장도 마찬가지, 작품 하나하나를 제대로 보기보다는 일단 다 찍어간다. 찍어가면 다시 볼까? 아마 안볼확률이 높다. 내가 여길 다녀왔다 하는 인증 정도로 쓰지 다시 보지 않을 거라는 생각. 내가 그랬었으니까. 이제는 그냥 그 자리에서 작품을 더 즐기고 눈에 담으려고 노력을 한다.
다시 갈 수 없는 곳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좋지만 모든 나의 일상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본다는 것은 더 좁은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더 넓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작게 보면 더 깊게, 자세하게 볼 수는 있겠지만 시야는 좁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던 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