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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비 정 Sep 13. 2015

길 떠나기 전

여행 가방 싸면서

낼 모레 야밤 중이면  밴쿠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른다.


얼마 전에는  외출하면서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가 갑자기 렌즈 줌 링이 움직이지 않아 서비스 센터에 갔었다. 3년 전 내 렌즈 중에 큰 맘 먹고 고가를 지불 하고 산 렌즈라 본전 뽑는다는 마음에 제일 많이 사용하기도 하였지만 애착도 제일 많이 가는 렌즈였다. 수리비가 상당하게 나온다는 서비스 직원의 말을 듣고 그냥 들고 오려다가 여행 전 카메라 센서나 청소해 달라고 맡긴 카메라를 무상으로 새 모델로  교체해준다는 횡재와 같은 소식을 듣고 3000 홍콩 달라에 새 카메라  장만한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다 싶어서 렌즈 수리도 맡겨 버렸다. 어차피 새 카메라 교체 안 해 줘도 고민 몇 번 하다 렌즈 수리는 했을 텐데 이 나이 든 아줌마는 돈 나가는데 손 떨리는 건 어쩔 수 없다. 렌즈 수리가 이주일이 걸린다는 바람에 이번 여행에는 다른 렌즈를 들고 가야 한다. 진작 고장 나던가 꼭 여행 시기 맞춰 고장 난 렌즈가 수리 하고 돌아와 나에게 예쁨 받기는 글렀다.


짐 싸는 것을 미루다 미루다 오늘 여행 가방을 꺼내보니 바퀴가 부서져있다. 내일은 시내 나가 여행  가방부터 사야 한다. 그나마 매해 한국 친정 방문, 시댁 방문, 해외 여행 이렇게  두세 번은 여행 가방 싸는 일이 있기에 이제는 짐 싸는 일이 이골이 나다 시피해서 짐 싸는 건 한 시간 이면 충분하지만 소소하게 챙길 일이 만만치 않다.

강아지 두 마리 숙소에 맡기기 전에 털도 잘라 주고 목욕도 시켜야 하고, 내 희끗한 머리도 염색하고 손톱 발톱 까지 여행 기분에 맞춰 단장 좀 해줘야겠는데.... 젊을 때 빠릿하고 총기 있다고 자부했던 내가 오십을 코 앞에 두니 이렇게 굼벵이로 변했나 싶다. 건망증도 심해서 이번 여행엔 볼펜과 수첩도 단단히 손가방에 챙겼다. 얼마 전에 알고 시작한 브런치에  여행 기록을 올릴라니 보름이나 되는 여행을 다녀와서 이 머리로 기억을 해낼 수 있을 까 싶어서이다. 늘 해먹는 레시피 올릴 때와는 많이 틀리다. 아무래도 아이패드나 아이폰 보단 손글씨로 메모하는 것이 내 세대에겐 편한 것 같다. 다만 전에는 안 쓰던 돋보기를 써야 한다.

나이 들어가도 여행은 즐겁다. 아직 두 다리 튼튼해 잘 걷고, 먹성 좋아 크루즈 본전은 음식에서 뽑는다. 메모리 카드도 32기가 두장, 16 기가 두장 단단히 챙겼으니 보고 찍고 먹고 놀고 볼일이다.

브런치도 늦게 알게 되었고, 여행이 딱 구월 중간에 시작되는 바람에 올해 브런치 북 이벤트도 남의 이야기에 그쳤지만, 좋은 글 쓰시는 분들 많으니 어쩌면 능력 안 되는 아줌마가  도전했다가 떨어지고 실의에 빠지느니 차라리 다행이다. 그만 떠들고 짐 마저 싸자....


툭툭 털고 떠나 즐거운 여행 하고 새로운 마음과 정신으로 다시 나타날 것을 약속드리며.......즐거운 브런치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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