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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 Dec 31. 2023

2023년 놓아주기



22년 6월에 들어온 삼송에 드디어 적응했다.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고 다니면서 거리 반경이 넓어짐과 동시에 여기저기 긁어서 셀프 수리도 여러 번 했다. 도색 전문 카센타해도 될 정도!


작년에 이어 올해 초에도 프로필 촬영을 했고, 좋은 스튜디오를 만났다. 촬영을 준비하는 내내, 진행과 그 이후까지도 쭉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편안하고 좋은 사진이 나온 것 같다. 고마워요 Portrait 262!



살은 빠졌다 쪘다를 반복했지만, 올 초 46kg에서 시작해서 52kg까지 올랐다가, 다시 47kg로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 운동으로는 주원이를 따라 네이버 클라이밍 동아리를 두어 번 갔다. 필라테스를 쭉 하다가 운동 효과를 더 이상 못 느낄 때쯤, 웨이트를 시작했다. 이제는 길고 가는 근육보다 이시영처럼 군인 같은 튼튼한 몸을 갖고 싶다. 운이 좋게도 잘 맞는 트레이너 선생님을 만나서 운동하는 시간이 즐겁고 몸도 많이 좋아졌다.



올 상반기에는 비즈카페 독서모임/영어스터디 던바이어스/압구정맨션, 썬트리하우스 등의 모임을 통해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 비즈카페 도환님과 지금은 미국에 가신 엘빈님, 무엇보다도 윤정언니랑 독서모임 이후로 3D 과외를 하면서 무지 친해졌다. 이후 연애, 사업,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멋진 친구로 관계가 성장했다. 소중하고 감사한 인연들.


올해 초까지는 브런치 글도 열심히 썼고, 인스타그램에 센드버드 관련 작업물을 종종 올리면서 PR도 열심히 했더니, 1월 800대였던 팔로워가 연말에는 1000명 이상으로 늘었다. 그런데 3월 즈음부터 일이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이전만큼 컨텐츠 제작에 시간을 쓰기가 어려워졌다.


직장인 4년 차인 이제는 재테크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ETF 스터디도 했다가, 미래에셋에서 하는 재테크 멘토링하면서 내가 준비가 안되었을 때 급하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나 혼란스럽고 스트레스도 받았었다. 재테크의 방법으로 수입을 늘리는 것을 택했는데, 사이드로 SNS 대행사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해보는 사업자 운영, 클라이언트 대응 업무에, 업으로서의 영상, 카메라 장비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스트레스로 피부가 나빠져서 한창 힘들어하다가 초반 자리를 잡는 3개월이 지나고 일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숨을 좀 돌릴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잦은 구조조정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지만 미국에 계시던 팀원들도 한국에서 만나고, 같이 워크숍도 하고, 사랑하는 매니저 추 결혼식도 있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작업이 즐겁지가 않았다. 버짓 타이트닝으로 재미있는 프로젝트보다는 마케팅 성과에 직결된 요청이 주를 이루었는데, 인원이 점점 적어지며 늘어나는 업무량에 다들 힘들어했다. 그러다가 9월 중순 레이오프를 당했다. 갑자기 HR미팅이 잡히고 슬랙과 드라이브가 차단되는 미국식 해고를 당했는데, 생각보다 내가 덤덤해서 스스로의 의연함에 놀랐던 것 같다.



올해 국내 여행을 많이 다니고, 특히 혼자 여행을 다니는 게 목표였는데, 친구들, 지인들 덕에 워케이션 기회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1월 생일 즈음 지수, 영롱과 안성, 봄에는 지수랑 안국 스테이, 여름에 혼자 맹그로브 고성 워케이션, 상아 보러 예산, 세종, 혜진이 보러 대구에 갔다가 가을에 홀로 제주도 워케이션 등 국내 여행을 알차게 다녔다.




https://www.instagram.com/p/C1esmRsvPe4/?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MzRlODBiNWFlZA==

가족 만치 친한 영롱언니 결혼식을 앞두고 웨딩플래너 마냥 그 과정을 곁에서 함께했다. 스냅, 본식, 2부까지 드레스 피팅을 무려 4번이나 따라갔다. 야외 스냅 촬영에 따라가서 서포트하기도 하고 스튜디오를 빌려 지수랑 같이 웨딩 스튜디오 촬영을 해보기도 했다. 사진을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지인들의 특별한 순간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 같다. 중간에 언니가 금호로 이사를 해서 집들이로 친한 친구들끼리 스타일러를 선물했다. 이때 대기업 다니는 친구의 덕을 보기도 했다. 다음 주에 드디어 언니의 결혼식인데,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니, 괜히 뭉클할 것 같다. 처음에 축가를 부탁 받았다가, 도저히 안될 것 같아서 부케를 받는 역할, 가방순이, 거기에서 당일 운전기사이자 본식 영상을 남기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https://www.instagram.com/why.eating/

스노우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언니랑 맛집 계정도 시작해 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맛집 콘텐츠보다 음식사진 보정 콘텐츠가 더 인게이지가 높아서 내년에는 그 방향으로 만들어볼 것 같다. 나도 퇴사 이후에 정신없이 보내고, 언니도 결혼을 앞두고 있어 잠정적으로 쉬고 있는 상태이다.





https://www.behance.net/leehongyoojin

퇴사 이후에는 오히려 센드버드 때 보다도 바쁘게 지냈다. 레이오프가 있던 9월 중순부터는 다른 회사에 서류, 면접 과정을 치열하게 준비했고, 추석 지나면서 토스 마이머니스토리/캐치, 크라이치즈버거, 스매치 코퍼레이션 등 프리랜스 기회가 여럿 있었다. 촬영 때 스타일링이 필요할 때면 교회 친한 동생인 시현이의 도움을 종종 받았다. 이것도 신기하고 고마운 인연이었다.


센드버드 환경에서의 영향으로 넥스트로는 미국에 가고 싶어졌다. 대학원, 비자, 인턴 등등 미국에 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알아봤다. 떨어진 회사의 인터뷰를 함께 본 디자이너분과 잘 모르던 사이였지만 미국 대학원을 거쳐 현지에서 일하고 계신 지수 선배께 링크드인으로 커피챗을 요청해서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메모어에서 만난 비슷한 목표를 가진 도환님과 친해져 종종 안부를 묻고 정보를 교환하기도 했고, 대학원 준비를 할까 고민하다가 혹시나 해서 듀오링고 시험도 봤다. 30군데쯤 서류를 넣어봤고, 아무래도 워킹비자가 없어서 그런지 10군데에서는 진행할 수 없다는 회신이, 나머지는 아무 연락도 없었다. 애초에 시작할 때 우스갯소리로 100군데는 넣어야지 하는 포부로 시작했는데 노력에 대한 피드백이 없어서 막연했다. 길은 많고 다양하고 어떻게든 갈 건데 괜히 조급할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되새기고 있었다.


졸업전시 기간이 돼서 전시를 보고 오면서 졸업 연도의 전임 교수님께 연락을 드려 뵙고 왔다. 4학년 때 두 학기 수업 들은 게 전부지만 나를 잘 파악하고 계셨다. 대기업 스타일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이 주어지는 곳에서 서로 존경할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해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최근 유학과 해외 이직에 대한 사고의 흐름을 말씀드리니 남자는 있으면 좋고 연애도 결혼도 다 의미 있는 일이지만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내 커리어를 우선으로 두어야 한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면접 때도 나의 패를 모두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체력관리, 스트레스 관리 같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2020년의 나는 필라테스 자격증을 따서 스튜디오를 차려 운동과 함께 에슬레저 브랜드 만들고 바디프로필 촬영도 하면서 사업하는 이야기를 교수님께 드렸나 보다. 나도 잊어버리고 있던 생각을 기억하고 얘기해 주셔서 새삼 놀랐다. 이후로 에이전시에 비자 상담도 다녀오고, 국내 여러 외국계 기업의 면접/커피챗도 진행했다. 결론은 잠시 보류. 무언가 결정하기에 앞선 고민들이 많았다.






한참 넥스트를 찾아서 포트폴리오도 만들고, 미국 가는 방법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인터뷰도 보고, 커피챗도 하는 등 무언가 나름대로 준비해 왔지만 노력에 비해 뚜렷한 결과가 보이지 않아서, 관심사가 점차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퇴사하고 여유가 생기자 연애를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표정이 폈다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고 있다. 행복한 미래를 그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안정을 찾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와 상관없이 내 삶을 살아야지. 도전해야지. 훗날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지. 다시 원래의 나의 페이스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 사이 영롱언니 집들이도 하고, 세윤, 윤정언니, 민우, 추, 도환님, 서아언니, 예솔 님, 지수, 채빈언니, 신원, 주원, 동언언니, 용창과 페어웰, 정조, 재솔님, 영은이, 주희, 석호, 시현, 지우, 소연님을 만났다. 뮤지엄산도, 파주도 다녀오고, 엄마아빠랑 가족 식사도 여러 번 하고, 졸업전시도, 건강검진도, 당근거래도, 한쪽 안 들리던 에어팟도 수리하고, PT 연장하고, 영은이 집들이, 지수가 초대해 준 페스트페이퍼 오프닝파티, 살면서 처음으로 가보는 광명에서의 호캉스 등등 돌아보면 바쁘고 알차게 잘 보내왔다.


놀기만 할 때는 당장 결과가 나오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게 불안해져서 외국계 기업만 볼 게 아니라 한국 기업도 지원해 봐야 될 것 같았다. 이왕 자유를 버리고 취업을 할 거면 주 3회라도 재택 가능한 곳, 나와 어울리는 곳, 좋은 동료를 만나고, 내가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가만히 있을 바에는 어디라도 가서 회사생활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 별로인 회사를 보고 있자니 내가 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독립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일 것 같다는 생각. 그러려면 영상도, 영업도, 마케팅도 더 잘해야 한다. 12월에는 아직 그만큼의 적극성과 에너지가 떨어지는 것 같았는데, 1월부터는 다시 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취업보다는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내 것을 더 해보고 싶다.




사실은 퇴사 전 계획했던 AI 공부, 웹사이트 만들기, 대학원 준비, 브이로그, 영상공부 중 아무것도 제대로 안되고 있다. 그래도 얻은 건 여러 차례 인터뷰 경험, 영문 포트폴리오, 해외 기업 지원 경험, 몸과 마음의 여유에서 비롯한 인간관계의 여유, 독서, 그리고 남자친구. 쉬는 동안 돈을 많이도 썼다. 카메라, 커피머신, 조명, PT 30회, 기기관리, 피부과, 코트, 신발, 호텔, 워케이션 등등.. 사회생활을 좀 일찍 시작한 편이라 엄밀하게는 졸업하고 처음 놀고 있는 것 같은데 그저 좋아하는 운동을 가고, 가보고 싶은 곳에 여행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진을 찍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하는 지금의 생활이 마냥 행복하다. 아직 시작하지 않은 것들은 그만큼 강하게 하고 싶거나 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간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하면서 보고 싶은 친구들도 만나고, 흥미로운 모임도 참여하고, 무언가 하고 싶어 지는 마음을 다시 되살릴 수 있었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놀러 다닌 나머지 체력이 부족해 자주 아팠다. 일주일 내내 서울로 운전하는 미친 일정이 있기도 했고, 데이트하면서 옷을 얇게 입어서 얕은 감기에 자주 걸렸다. 아프니까 무기력해져서 해야 하는 일을 당장 하기 싫다는 이유로 미뤄놓기 일쑤였고, 이전만큼 내가 지금 뭘 필요로 하는지 알아내려고 집중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정신없이 놀다 보니 다시 내 중심을 찾아 돌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있었다. 대행사 일 관련해서 작은 실수가 있어서 팀원의 급한 전화를 받는 일이 있었고, 퍼뜩 정신을 차리는 계기가 됐다. 미루지 말고 팀에 피해 주지 말자. 그 시기 작은 교통사고가 났다. 뒤에 있던 차가 미끄러지면서 내 차에 살짝 닿았는데, 공교롭게도 그때 차가 방전이 돼서 멈춰 섰다. 미팅 가는 길이었는데 견인차 기다리느라 1시간 반 정도를 늦은 것 같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무리한 일정으로 잡아놓은 약속 몇 가지를 취소하고 연말에 집에서 쉴 수 있었다.


마지막 주에는 하다 님의 프리랜서/1인사업자 회고모임, 영화님의 디자이너 회고모임, 애나정 님의 세미나 들으면서 한 해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영화님과는 토스 때 블로그 인터뷰 촬영 이후로 오랜만에 만났는데, 회고 끝나고 내 눈을 바로 보면서 유진님은 분명히 잘될 거라 하시는 확신 어린 응원의 말을 듣고는 새해에 더 이것저것 해볼 힘과 용기가 났다. 신년에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 인생에서 가장 비싼 결정을 하게 될 것 같다. 오랫동안 고민했고, 연말에 여러 모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을 구해보면서 향후 2-3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 무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를 덜 할지 생각했다.


2023년을 마무리하며 느낀 점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

그리고 취업뿐 아니라 창업, 프리랜서도 다 커리어라는 것.


올해가 내 대운이 바뀌는 해였다고 한다. 어쩐지 대행사 창업이나 레이오프 등 힘에 부치는 일도, 환경이 바뀌는 일도 많았다. 그래도 돌아보면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무언가 확실히 정해진 건 없어도, 이전보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 만큼은 커진 한 해였다. 다가오는 2024년도 나답게 도전하고 성장하고 행복하기를!


Happy New Year!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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