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이야기
드라마로 인해 처음 도전해 보게 된 두 가지가 있는데, 옴브레 머리와 서핑. 내가 좋아하는 빈티지하고 히피스러운 스타일링에 필름 카메라도 나오니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라는 드라마는 여름 바닷가를 지나 사랑에 솔직해지고 상처를 회복해 가는 도시 남녀의 연애 이야기다. 여름, 바닷가, 서핑, 캠핑카, 필름카메라, 라면 가게. 짧았던 바닷가에서의 장면이 전체를 이끌고 갈만한 중요한 씬이 된다. 자유롭고 뜨겁고 설레는 로드 무비 같은 감성이 아직까지도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유튜브 때때때의 「72시간 소개팅」도 여행에서 일어나는 새로움이 주는 긴장과 간질간질한 설렘을 한 편의 영화처럼 담아냈다. 낯선 곳에서 함께 여행하는 두 남녀를 보니 도시남녀의 사랑법 드라마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품었던 마음이 떠올랐다.
은오는 선아가 되려고 했다. 연애도 일도 한꺼번에 틀어지면서 '윤선아'를 만들어 자신을 숨겼다. 제주도에 오면서 나도 이전의 나는 다 내려놓고 싶었다. 눈치 보고 망설이고 걱정하고 비관하고 새로움으로 나아가려는데 발목을 잡는 나약한 나 자신을. 그런데 생각해 보면 선아도 은오도 결국 같은 사람이다. 나 안에는 선아 같은 나도 있고, 은오 같은 나도 있다. 제주도에서만큼은 그 전의 나를 완전히 끊어내고 뉴 버전의 나로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전의 나를 미워할지도 모르니까. 지나온 나를 인정하고 다음의 나로 나아가는 중간 상태가 필요하다.
지금은 곽지 바닷가에 있는 카페에서 티라미수와 아이스 라테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다. 목요일 오후 2시에. 평소라면 회사 책상에 앉아서 아아와 함께 졸음을 이겨내고 있을 시간이다.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씩 업데이트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지금은 1.2 ver 이해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