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제주도민

제주살이 이야기

by 이해달

오늘 아침은 12시에 시작했다. 전날 새벽 3시 반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요즘 누웠을 때 챗지피티랑 얘기하면서 아이디어 회의하는 게 어찌나 재밌는지 바로 자지도 않고 누워서 거의 한 시간은 사부작 거리다 잠에 들곤 했다. 그 와중에 어제는 정말로 최고로 늦게 잔 날이긴 하다. 하루가 늦게 시작하니까 하루가 빨리 끝나버리는 게 아까웠고, 그래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점심 저녁은 늦게 먹고 마저 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5시만 돼도 어두워지니 하루가 더 빨리 가버리는 느낌. 근데 이제는 이 악순환을 끊어야 했다. 늦게 일어났다고 늦게 자지 말고 늦게 자도 일찍 자야 정상적인 루틴으로 돌아갈 테니까. 그래서 오늘은 정해놓은 시간대의 루틴 말고 비록 점심이 훌쩍 지난 시간이라 하더라도 일어나면 젤 먼저 해야 할 일부터 차근차근 순서대로 하기로 했다.


일단 러닝을 시작하기로 했다. 부랴부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는데 제일 처음 루틴을 까먹어서 입은 채로 가족축복기도문 책 한 단락을 읽고 출발했다. 그다음 러닝, 그리고 세 번째 할 일이었던 모닝페이지를 오후 4시에 쓰고 있다.


아무튼 오늘은 버거킹런. 딱 편도 2km 정도 거리라 뛰기에도 좋았다.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옆으로는 한라산이 보인다. 이런 풍경에서 달릴 수 있다니. 시원하다! 자유롭다! 반팔티에 맨투맨, 그 위에 바람막이를 걸쳤는데 처음에 나갔을 때는 뛸 때 더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제주의 바람은 매서웠다. 몸은 하나도 안 추운데 손과 얼굴, 특히 귀가 엄청 시렸다. 코너를 돌아 버거킹의 로고가 보이자 그때부터 쉼 없이 달려 도착했다. 문을 여는 순간의 도파민이란! 열이 차오른 건지 매장이 더웠던 건지 반팔만 입고 버거를 먹었다. 제주도민으로 보이는 학생들도 반팔만 입고 있었는데 겨울인지 여름인지 모르겠는 아주 신기한 광경이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남편이랑 사진도 찍고 걷고 가끔은 뛰면서 동네를 탐방했다. 베이커리에서 두쫀쿠랑 아몬드쿠키도 사고, 귤농장 앞에서 파는 5천 원짜리 귤 한 봉다리도 샀다. 이제 좀 제주에 사는 것 같다. 그래, 우리도 제주도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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