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제주도로 가기로 했어요

제주살이 이야기

by 이해달

언젠가 엄마 아빠를 데리고 언덕배기에 있는 물레방아가 흐르는 누룽지 닭백숙집에 가서 맛나게 먹고 있을 때였다. "나 할 말 있어요." 어찌나 심장이 요동치던지. 말해 버렸다. "제주도로 가기로 했어요." 아빠는 생각보다 무던했고, 엄마는 말수가 줄고 서운하다는 눈빛을 뿜어냈다. 가족과 함께 수원에 살다 결혼해서 신혼집은 서울에서 살 거라는 얘기를 했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다. 자꾸 어디론가 떠나버리니 나중에는 외국 가서 산다고 하겠다!라는 말에 뜨끔했다. 제주도도 2~3년 정도 살다가 나중에는 영국에서 살고 싶기 때문이다. 대충 얼버무리고 토크 주제는 제주에서 일어난 무시무시한 사건들로 바뀌었다. 하필이면 뉴스에서 보도된 제주의 별의별 사건들을 보셨는지 걱정을 많이 하셨다. 그리고 아빠는 카카오에 입사하라는 진담을 던지셨다. 그렇게 어찌어찌 무마하고 시부모님, 언니네 부부, 친구들까지 차례차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11월에 이사할 줄 알았는데, 서울집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았다. 보러 오는 사람은 많은데 계약까지는 성사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 집의 장점을 보고 들어왔지만 단점을 파고들면 끝도 없는 집이긴 하다. 집이 네모나게 반듯하지 않고, 해도 잘 들지 않고, 집도 작은데 화장실이 2개인 데다가, 수납을 할 수 있는 곳이 없고, 주변 길이 어둡다. 하지만 주차 힘든 서울에서 단독으로 주차도 되고, 한강까지 걸어서 3분 거리에, 서울 어디든 20~30분 만에 갈 수 있는 중심지라 우리는 정말로 행복하게 살았다.


우리의 크나큰 잘못은 9월에 제주에 집을 구하러 갔을 때 이 집이 나가버릴까 봐 잽싸게 계약을 해버린 것이다. 제주집 입주일은 11월인데 이제는 이사 가야 하는데.. 그렇게 전전긍긍하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며 그냥 이사 날짜를 정해버렸는데 다행히도 이사 2주 전에 세입자가 구해졌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11월 초에 이사 간다고 했다가 11월 중순, 11월 말, 12월 초, 12월 중순까지 밀려나게 되었다. 그래도 한 달 정도 동안 서울에서 알차게 보내다 왔다. 대신 돈이 점점 깎여나갔다. 그런데 정말로 감사하게도 가족과 목사님, 그리고 친구들이 이사할 때 보태라고 아님 맛있는 거 사 먹으라도 현금이나 상품권, 간식을 챙겨주었다. 그거 아니었음 하나로마트도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우리는 이제 앞으로 3월까지 놀 거다.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나는 엣시에 디지털 파일을 올려볼 것이고, 문진을 제작해 펀딩을 할 것이고, 신간을 내서 북페어에 나갈 것이고, 구매 대행으로 상품을 팔아 볼 것이다. 안될 거라는 불신이 더 많지만 이렇게라도 선언하지 않으면 꽁꽁 숨기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면 더 떳떳하겠지만, 만약에 실패하더라도 과정이 남지 않을까?


사실 내년 연세 낼 때 돈이 없어서 매출이 없다면 4월부터는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 그러니 3월까지는 놀면서 일해보기. 꼭 적은 액수라도 내 힘으로 내 돈 벌어보기 해봐야지.


요거는 요즘 배우고 있는 미드저니로 만들어 본 우리 제주집. (좀 미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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