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시장바구니

by Moso

동네를 걷다 우연히 미용실 앞에 멈춰 섰다. 유리문에는 ‘무지개 미용실’이라는 붉은 글씨가 또렷했다. 그 앞에는 장을 본 물건이 가득 담긴 시장바구니가 세워져 있었다. 바퀴 달린 작은 카트는 잠시 쉬고 있는 듯 했다. 명절을 앞둔 동네의 공기가 그 앞에서 멈춘 것만 같았다.


아마 주인은 안에서 머리를 말고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날 가족들을 생각하며, 거울 속 자신을 한 번 더 살피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더 단정하게, 조금은 더 환하게 보이고 싶어서. 그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 장면을 보는데 문득 엄마가 떠올랐다. 명절이 다가오면 엄마도 늘 분주했다. 시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그리고 꼭 머리를 하러 다녀오셨다. “오랜만에 보는데, 초라하면 안 되지.”

웃으며 말하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그때는 그 말이 그저 습관 같은 인사인 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사랑이었다. 자식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고 싶었던 마음, 가족을 맞이하는 설렘과 책임이 뒤섞인 다정한 마음.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명절은 조금 달라졌다. 사람들은 여전히 오가고, 거리는 여전히 분주하지만, 내 안의 계절은 한 박자 느리게 흐른다. 이제는 머리를 다듬고 있을 엄마를 떠올릴 수만 있을 뿐, 그 모습을 다시 볼 수는 없다. 그래서인지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마음이 오래 머문다. 미용실 앞의 장바구니, 유리문에 비친 흐린 거리, 잠시 멈춘 듯한 오후의 빛. 그 모든 것이 엄마를 닮아 있다.

그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옅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것 같다. 다시는 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또렷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보고 싶다는 말은 이제 어디에도 닿지 않지만, 그 말은 여전히 내 안에서 자라난다.

미용실 앞을 한참 서성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퀴 달린 시장바구니가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 안에는 물건보다 더 많은 마음이 실려 있었을지도 모른다.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겉절이와 아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