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의 사고과정
어렸을 적 팔이 빠지도록 힘껏 돌을 던져보아도, 내 돌은 언제나 물속으로 바로 가라앉아 버렸다.
아빠가 옆에서 던지는 돌들은 물 위에서 통통 튀면서 물 위를 걷는 듯 미끄러지며 나아갔는데.
왜 나는 안 되지?
아빠가 말하는 대로 납작한 돌을 구해서 최대한 수면에 가깝게 힘껏 던졌는데!
그 이유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10년 전쯤, 나를 포함한 물리학자 두 명이서 바닷가에 놀러 간 적이 있다.
바닷가에는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 등등 여러 집단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꽤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바닷가에 돌을 던지고 있었다. (돌을 던지는 모든 사람들이 물수제비를 뜨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어릴 적의 나와 같이 그냥 돌 던지기가 되어 버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와 또 한 명의 물리학자 또한 돌 던지기에 동참했는데, 나는 너무나도 쉽게 물수제비에 성공했다.
납작한 돌, 뚱뚱한 돌 가릴 것 없이 각도를 다르게 던져봐도 횟수에 차이가 있을 뿐 물수제비를 잘 뜰 수 있었다.
아... 어렸을 때는 힘이 너무 약해서 아무리 좋은 돌을 구해서 던져도 소용이 없었구나.
물수제비 성공의 기쁨을 누리며 십여 차례 물수제비를 뜨다 보니 직업병이 도졌다.
돌의 속도는 얼마 이상이 되어야 하지? 수면과 돌 사이의 각도는 얼마가 가장 좋을까? 돌의 회전 속도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돌의 크기, 무게의 최적점이 있을까?
두 명의 물리학자는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참 동안 물수제비에 대해 토론을 했고, 나는 집에 돌아와서 논문을 찾기 시작했다.
무려 네이처에 (네이처, 사이언스 등은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는 유명한 과학저널이다.) '성공적인 물수제비 뜨기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발표되어 있었다.
(원제 : 'Secrets of successful stone-skipping')
논문에 따르면 수면과 돌의 각도가 대략 20도 일 때 가장 여러 번의 물수제비를 뜰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과학 실험을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실제 환경과는 다르게 여러 가지 요인을 통제하므로 실험과 실제 상황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제로 사람이 수행한 물수제비의 횟수의 세계 신기록은 2013년에 한 미국인이 세운 88번.
그렇다면 사람도 돌처럼 물 위를 통통거리며 미끄러져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네이처 실린 한 논문에서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었다.
80kg의 사람이 물 위를 뛰어가려면, 한 스텝 사이의 간격을 0.26초로 하여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다리로 초당 30m의 속도로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실제로 사람이 낼 수 있는 힘의 대략 15배 정도라고 한다.
(출처 : J. W. Glasheen, and T. A. McMahon, "A hydrodynamic model of locomotion in the Basilisk Lizard, " Nature 380, 340 (1996))
즉, 도구가 없이는 물 위를 달려갈 수가 없다는 결론이다.
스트로크라는 단어를 보니 수영이 생각난다.
다음번엔 수영에 담긴 물리에 대해서 찾아봐야겠다.
이 놈의 직업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