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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묵 Sep 27. 2023

[10화] 꼬마과장 한 달 일기

일 얘기는 20%, 근황이야기가 80% 워라밸 충분했던 이번 달 일기.

어느덧 입사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람들 뽑기 위해 채용을 하고 있고, 나는 그 사이에서 내 일을 조금씩 하고 있다. 아직 한 달 밖에 안돼서 그런지 대단하게 뭔가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회사 생활에 비해 많은 업무가 (아직) 있지는 않다. 


다른 때였으면 왜 일이 없지...? 하면서 불안해했겠지만, 이번 회사에서는 그냥 힘 빼고 일하자...라는 생각이 커서 이런 때에 그냥 개인 공부를 더 하든지, 개인적인 업무를 하던지 하고 있다. 좋은 태도는 아닐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영리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01.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회사에 들어와서 작은 프로젝트 하나와 비교적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맡았다. 작은 프로젝트는 병원에 있는 두 카메라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어떻게 찍어도 비슷하게 나오게 세팅하는 업무였는데 생각보다 디테일이 요구되어 세팅을 잡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비교적 큰 프로젝트는 원내 인테리어 촬영. 다행스럽게도 원내 인테리어 촬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가 되어 일단락되었다. 


팀장님이 '과장'이란 직급은 개인이 한 프로젝트를 담당해서 책임질 수 있는 정도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그간 하던 사진 일의 연장이라 어렵지 않게 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다가올지는 잘 모르겠다. 큼직하게는 새롭게 짓는 호텔 인테리어 촬영이랑 사내 사보 제작을 맡을 것 같은데, 커리어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은 일이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그 외에는 자잘한 업무가 종종 있고, 그 외에는 여유가 좀 있는 편이다. 아직 첫 달이라 그렇기도 하고 팀장님이 2주간 휴가로 자리를 비우심 + 추석연휴가 겹치는 바람에 아직까지는 천천히 온보딩을 하고 있는 시간이라 생각 중이다. 


첫 월급도 받았는데, 첫 월급은 10월 초에 이사를 앞두고 있는 엄마 상황이 있어, 모두 어머니께 빌려드렸다. 그냥 드릴까도 싶었지만... 사실 그러기엔 내 코도 석자라 빌려드렸다. 내년 봄까지 꼭 갚으십시오 어머니. (ㅎㅎ)

처음 진행한 원내 인테리어 촬영. 다음 호텔촬영에는 더 잘해야지. 정물은 확실히 어렵다.


02. 여행이 가고 싶어 져서 항공권 2개를 끊었다.

하나는 올 1월에 프로모션으로 발급한 삿포로 4박 5일 티켓, 또 하나는 갑작스레 12월에 여행이 하고 싶어 져서 발급한 홍콩-마카오 3박 4일 티켓. 올 하반기에 연차는 일을 하기보다는 개인 휴식에 쓰게 될 것 같다. 


1~2월에 아프리카 다녀오고 나서 여행이 질릴 거라 생각했는데, 한동안 안 나가니 다시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벌써 내년에 어디를 가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데 뭐... 내년에는 어디 가지 하는 행복한 상상을 가끔 하지만, 그래도 눈앞에 있는 여행을 먼저 최선을 다해서 하고 올 것! 일단 삿포로를 잘 다녀와야겠다. 료칸에서 몸도 지지고, 홈스테이 하면서 일본인 친구랑 수다도 떨고, 로드 트립하면서 예쁜 장소에 내려 사진으로 담아 오는 시간을 가져야지 :)


홍콩 - 마카오는 보통 홍콩에 더 오래 머무르지만, 홍콩은 1박으로 초이홍아파트에서 담고 싶은 사진만 담고 나머지는 마카오 호텔에서 푹 쉬다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잘 쉬고 푹 충전하고 와야지 :)

최근에 다녀온 용산가족공원. 국내에서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해외도 열심히 돌아다녀야지. 이제는 혼자가 아닌 둘이 재밌게 다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행해보려고 한다 :) 


03. 독서는 꾸준히 하고 있다.

취업을 하기 전보다는 독서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매일 꾸준히 독서를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계속해서 독서를 하려 하고 있다. 하남스마트도서관에서 자주 빌려보고 있는데 도서관에 있는 책 중에 읽고 싶었던 것들은 거의 다 읽어가는 것 같아서 스마트 도서관은 요즘 뜸하게 빌리고 있고, 회사 근처에 있는 한 카페가 책을 대여해 주곤 해서 그 카페를 1주일에 한 번씩 들리려 하고 있다. 원하는 책이 있으면 가볍게 읽어보는 요즘이다. 최근에는 매거진 B 발리 편을 봤는데 생각보다 기대 이하의 구성이어서 매거진 B의 브랜딩을 의심하기도 했었다. 디자인은 나쁘지 않게 하지만 안에 내용물이 좀 부실하다는 느낌이랄까. 


올 해는 유난히 책을 많이 읽기는 하는 것 같다. 대략적으로 카운트해보면 이 글을 쓰는 날짜를 기준으로 약 50권 정도 독서를 했던 것 같다. 그중에 재밌게 읽었던 책도 있고, 재미없어서 조금 보다가 덮은 책도 있지만 책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안 맞으면 그냥 덮어버리면 되는 거지 뭐 :)


회사에서 엄청 바쁜 건 아닌데, 아무래도 적응하는 것 + 정량적인 시간이 부족함이 겹쳐 독서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하루에 30분이라도 꾸준히 읽어 버릇해야지... 이제는 뭘 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는 수밖에 없는 건가 싶기도 하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낼 수 있는 게 아침 밖에 없다. 11시 30분에 에 자고 6시 30분에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어야지. 아.. 추석만 끝나고 아니 일본 여행만 끝나고 다시 루틴을 만들어놔야겠다.


04. 10월부터는 운동량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7월부터 9월까지 1주일에 3회 내외로 운동했는데, 이제는 주 5회로 늘릴 생각이다. 3개월 정도 꾸준하게 하다 보니 일상에 활력이 도는 게 느껴져서 삶에 스포츠를 조금 더 가까이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현재 하고 있는 루틴을 정리하면


[현재]

매주 월, 수, 금 오전 7시 ~ 8시 : 아침 수영(50m) (평균 주 1회 정도 빠짐)

매주 수 오후 9시 ~ 11시 : 저녁 풋살

+ 주 1회 러닝


이렇게 구성되어 있는데 10월부터는


[10월 이후 계획]

매주 월, 수, 금 오전 7시 ~ 8시 : 아침 수영(50m) 

매주 화, 목 오전 8시 ~ 9시 : 필라테스 

매주 화, 목 오후 8시 ~ 8시 : 수영 레슨(25m)

매주 수 오후 9시 ~ 11시 : 저녁 풋살

+ 주 1회 러닝

+ 가끔 비는 시간에 배드민턴 1시간


이렇게 시간을 늘릴 계획이다. 주말에도 무언가를 배워보고 싶긴 한데, 주말에 일이 생길 가능성도 농후해서 주말은 최대한 고정적인 스케줄은 안 잡으려 한다. 필요하면 주말에 일일권 끊고 운동하러 가면 되니까!


그리고 스포츠웨어도 하나씩 살 계획이다. 생각해 보면 10대 때 체육시간을 엄청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20대가 되고 나서 삶에 스포츠를 가까이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자기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즐기는 친구들이 부러웠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수영과 풋살을 하게 되면서 꽤 흥미를 붙이게 되었고, 그 흥미에 조금 돈을 써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새로 산 풋살화 신고 오전 풋살 :) 주황주황한 게 너무 예쁘다. 장비 사는 걸 너무 아끼진 말아야지.


05. 사이드 프로젝트나 공부도 조금씩 하고 있다. 1주일에 한 번 꼴로?

지금 크게 하고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로컬 부루마불'제작하는 건이 하나 있고,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게 인테리어 촬영이라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 받아서 건축촬영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가끔 외주가 있으면 행사 스케치를 찍으러 나가기도 하고, 웨딩이 있으면 웨딩촬영을 찍기도 하고... 이래저래 부지런히 주말을 보내고 있다. 


아, 그리고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했던 낯선 대학도 2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기때 이래저래 출석을 못했는데, 2학기때는 열심히 해봐야지. 낯선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며 새로운 기회가 연결되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설령 그게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시야, 새로운 인사이트, 다른 사람의 철학을 듣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 어쩌면 이 모임이 예전에 경험했던 불꽃학교 같은 시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해본다.


최근에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지 않았다. 가까운 사람과 더 오랜 시간을 쓰고 싶었던 건강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만날 사람 다 만나봐서 삶에 찌든 대화는 시시하다고 자만했던 마음도 있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은 배울게 하나라도 있는 법. 너무 많은 사람들과 억지 텐션으로 노는 것은 힘들지만 소소한 만남과 그들과의 대화에서 파생되는 우연함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그 우연함이 언제든 들어올 수 있도록 삶에 비어있는 시간을 마련해 둬야지.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던 낯선 대학 2학기 크리에이티브 데이 뒤풀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단,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게 말이 되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운도 중요하고.
인테리어 촬영 공부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일단 많이 찍어보고 많이 보정해 볼 것.


06. 그 외에는 조용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불꽃학교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한 누나가 "상묵이 23살 때 진짜 어렸는데. 저 사진 찍는 거 좋아해요! 제가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하고 다녔었는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진짜 순수했었구나, 지금 나는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나 생각해 봤는데 그러지 않아 보였다. 그 외에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도 다들 그때와 비슷한 순도를 지니고 사는 것 같은데, 나는 너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상묵이가 제일 많이 변했네, 상묵이가 이제 좀 안정적으로 살려고 하네, 상묵이가 결혼한다면 진짜 이상할 것 같은데?"와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특히 23살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더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맞다. 언젠가 누군가 "이기적인 말이지만... 상묵이 넌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줘"라는 말을 했었는데, 나는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 불안했고, 더 이상 불안하고 싶지 않았고, 안정적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애를 썼다 보니 불안함을 많이 덜어냈고, 어느 정도 마음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얻었지만 잃어버린 무언가 들이 있었다. 말로는 형용하기 어렵지만 삶에 반짝하며 윤슬처럼 빛나던 무언가. 그거를 잃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괜찮다. 어쩌면 그런 반짝임은 이런 안정감을 찾고 싶어서 나를 봐달라는 반짝임이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은 조용하고 평범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많다 보니 무언가를 많이 벌이지도, 선택을 함에 있어 셈을 하기도 하지만 그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중요한 건 내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고 그것을 다시 갖고 싶으면 다시 열망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종종 과거의 반짝임이 부러워 그것을 다시 열망하고 있는 요즘이다.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있고, 다시 조금은 말도 안 되는 꿈을 꿔보고, 돈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를 조금씩 열망해야지. 적당한 열망과 더 많은 안정감 사이에서 이제는 조금 무게감 있게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야겠지 생각해 본다.

오랜만에 만나 반짝였던 그 순간을 회상해 봤던 시간. 이 사람들은 여전히 같은 순도로 반짝이고 있는 것 같았다.
최근에 가장 순도 있게 만나고 있는 모임. 구사일생 친구들.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사람들인지 :)
잠시 쉬고 있지만 언제 만나도 순수하게 글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글쓰기 모임 친구들. 이곳에서 조금씩 허세 어린 마음이 튀어나오는데 담백해져야겠다 말도 행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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