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내맘 Nov 19. 2019

18개월보다 23개월, 28개월 “육아는 미션이다”

여러 임신·출산 관련 사이트를 보면 아기들이 힘들어하고 부모들도 힘들어하는 ‘원더윅스’ 기간이 있다.     


윤우를 키우면서 드는 생각은 그 시기 또한 아이마다 다 다르다는 것.     


‘18개월’

저절로 욕이 나온다는 그 시기를 윤우는 수월하게 넘겼지만,     


‘23개월’ 때는 폭풍성장을 하는지 성장만큼 ‘떼쓰기’와 ‘거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먼저 기저귀 갈기 거부!     


“윤우야 기저귀 갈까?”     


기저귀를 갈려고 하면 윤우는 도망가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기저귀를 억지로 벗겨서 새 기저귀를 갈아주면 축축하게 젖은 기저귀를 다시 입혀달라고 울면서 자지러지기.


기저귀뿐만 아니라 외출한 옷도 마찬가지였다.     


본인도 찝찝할 텐데 왜 갈아입기 싫어하는 걸까?     


그러다가 목욕 거부까지 이어졌고, 잠자기 전 바로 ‘맘마’를 찾는 새로운 습관이 추가, 나를 멘붕에 빠뜨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먼저 기저귀 갈기는 윤우 담임선생님께서 ‘한 번 기다려주라’고 조언해주셨다.     


이제 조금 부끄러움을 알 시기도 온 것 같으니까 ‘기다려주기’     


“윤우야 기저귀 갈까?”     


예전처럼 도망가는 윤우를 붙잡거나 ‘기저귀 갈아야 해’라고 언성을 높이지도 않고 

“그래 윤우가 기저귀 갈고 싶을 때 와”라고 얘기하면서 기다려줬다.     


그랬더니 정말 윤우가 나한테 와서 또는 누워서 ‘기저귀 갈아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목욕 거부는 윤우가 좋아하는 자동차 장난감과 함께 목욕하면서 ‘하나의 놀이’처럼 접근했다.      


마치 윤우가 장난감 자동차를 씻겨주는 것처럼,     

욕조에 거품을 낸 뒤 윤우와 장난감들이 물속에서 함께 놀면서 나는 물을 이용해, 비도 내리고 수영도 하고 

또 거품을 이용해 ‘후’ 불기 놀이도 하고.     


윤우는 ‘목욕’에 재미를 붙였고 내가 하는 뒷정리를 보고 본인이 뒷정리까지 스스로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자기 전, 윤우가 ‘맘마’를 찾는 건 내게 ‘노이로제’처럼 다가왔다.     


양치질까지 다 했는데 ‘맘마’를 찾으니 나도 피곤하고 쉬고 싶은데 짜증이 밀려왔던 것.     


덧붙여 아이가 진짜 배가 고파서인지,

잠자기 싫어서 일부러 ‘구실’을 찾는 건지 몰랐다.      


소아과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니 ‘단호하게 끊어야 한다’고. 

만약, 그래도 아이가 밥을 찾는다면 최대한 열량이 덜 나가는 걸 주라고.       


그래서 저녁을 먹을 때 윤우에게 “지금 먹어야지~ 이따 잠자기 전에는 못 먹는다”고 몇 번을 되새기듯 얘기해줬다.       


윤우가 잠자기 전, 또 밥을 찾을 때는 “물밖에 없다고~ 배고프면 내일 얼른 일어나서 먹자고 약속했다.      


그렇게 밥 먹기 습관은 조금 고쳤는데... 29개월로 접어든 윤우는 지금도 가끔 우유를 찾거나 까까를 찾고 심지어 윤우가 직접 냉장고를 확인(?)해야 한다.     


‘숨기고 찾고의 과정들’


어쨌든 나도 모르게 ‘힘들다’는 소리가 무수히 새어 나왔던 23개월!   

  



23개월의 힘든 육아가 끝나고 잠깐 평화로움을 맛보다가 ‘28개월’에 또다시 힘든 육아시기가 왔다.     


윤우가 잠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 반면, 일찍 일어나는 것.     


하루는 윤우가 전날 1시간 정도 일찍 잤는데 1시간 더 일찍 일어났다. 

본인도 피곤한데 잠은 더 안 오니...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TV를 틀어달라고 전에 없던 막무가내 떼쓰기를 해 그냥 울도록 내버려 뒀더니      


우는 소리가 잦아드는 게 아니라 ‘으~앙’ 더 악을 쓰면서 우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윤우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윤우는 놀랐는지 더 크게 울었고 그러다가 현관문 쪽으로 달려가 ‘아빠’를 찾았다.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얼마나 무서웠으면 출근한 남편을 찾는 것이었을까?!     


아이에게도 다 감정이 있을 텐데... 그때 그 순간은 윤우에게 나는 ‘공포’였을 것이다.      


“윤우야 엄마가 엉덩이 때려서 아팠지?”

“응”     


“윤우야 엄마가 너무 미안해”

“응”     


“윤우야 우리 편의점 가서 우유 사 올까?”

“응”     


한동안 윤우를 얼싸안고 울었다.     


나도 울고, 윤우도 울고...


아직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으니 윤우 자신도 짜증이 났을 것이고, 

또 아침에 충분히 못 자고 깨서 ‘피곤함’의 투정이었을 것이다.


나 역시 조금 힘들다고 그렇게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의 부족한 마음이 윤우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때 생각했다. 


‘좋은 부모가 되는 것보다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화를 안 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지금 더 중요하다는 것을...


PS:

생각해보면

새벽에 TV를 좀 보면 어떨까 싶고

우유를 먹으면 또 어떨까 싶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말이다.     


내가 정해놓은 가치관에서 ‘이게 아니고, 이게 맞다’를 기준으로 두다 보니 육아가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싶다.     


가끔 그 틀에서 나도 나를 내버려 두기, 그게 정답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