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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Nov 26. 2019

아이가 친구에게 깨물려도 친구를 깨물어도...

몇 달 전 윤우가 어린이집 친한 친구에게 깨물렸다.     


당시 윤우 하원시키러 가는 길에 그 친구 엄마에게 전화가 왔었는데 ‘괜찮다’고 대답했다.     


윤우 상처를 보기 전이라 ‘아이가 물면 얼마나 물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나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그런 건 서로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윤우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고 상처가 아물 때까지 2달 정도 걸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얼마 전 윤우가 그 친구를 깨문 것이다.      


윤우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데 친구가 뺏으려고 해서 손가락을 물었다는데... 손가락이 부어서... 병원까지 데려갔다는 얘기를 당번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아 어떡하지?’     


걱정이 앞섰다.      


‘아이가 물려오면 얼마나 속상할까?’      


그 마음을 익히 알고 있었고. 특히나 병원까지 갔다고 하니깐 더 걱정이 됐다.     


선생님께서는 아이 엄마가 병원 갔다 와서 전화를 준다고 했는데 ‘아직 전화가 없다’는 얘기를 하시고...      


‘전화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전화번호...’를 물어보니

‘내일 담임선생님과 한 번 얘기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집에 와서도 내내 걱정이 됐다.     


아이 손가락은 괜찮을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지?

윤우는 왜 친구를 물었을까?

최근 깨무는 버릇이 있어서 그 전날 ‘생각의자’까지 앉혔는데... 그게 오히려 역효과였을까?


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육아 선배인 친한 후배에게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고

또 전직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던 옆집 엄마에게도 물어봤다.     


일단 담임선생님과 얘기를 해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가 다음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다.     


윤우에게 ‘친구가 그랬으면 ‘달라’고 하거나 장난감도 같이 사이좋게 써야지, 깨무는 건 안 돼”라고 혼냈는데, 자꾸 같은 말을 연달아서 하면서 혼냈다.        


문득 생각해보니

윤우는 ‘자기가 잘못’한 걸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고

친구들 한 명 한 명씩 하원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내가 윤우를 제일 마지막으로 하원시켰는데 창문 쪽으로 얼핏 윤우가 보였는데 혼자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선생님이 잘 놀아주셨을 텐데... 내가 본 순간이 윤우가 혼자 있는 모습이었다)     


윤우의 혼자 있는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윤우에게도 꽤 길었을 하루’

나를 하염없이 기다렸을 윤우에게 미안한 마음, 속상함, 상대 아이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     


모든 것이 교차되면서 자고 있는 윤우 손을 잡고 있으니 눈물이 흘렀다.      


다음날 이상하게 윤우가 어린이집에 안 가려고 했고

나는 ‘괜찮다’고 해줬다.     


그제야 어린이집에 가는 윤우     


어린이집에 도착하니 담임선생님이 일찍 나와 계셨고 아직 아이 엄마한테 연락이 없다고 하셨다.     


선생님께 “내가 너무 죄송하다고 전화라도 드리면 좋은데 어떡하면 좋을지...”를 물어보면서 내 얘기를 전해달라고 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근한 뒤 곧 선생님께 걸려 온 전화     


“‘아이 괜찮다고. 아이 엄마가 전화할 필요가 없다고, 괜찮다’고 하셨다”고.     


내심 안심됐지만, 마음속 걱정과 미안함은 지울 수 없었다.      


회사 근처에 있는 빵집에 들러 윤우 친구 엄마와 선생님께 드릴 롤케이크를 샀다.     


롤케이크와 함께 ‘미안하다’는 마음을 담은 글을 적었다.      


“아이가 물려 와도 속상하고

아이가 다른 친구를 물어도 속상하고 미안하고”     


정말 며칠 동안 만감이 교차했다.     


언제나 속단할 수 없는 게 육아다.      


‘아이가 물릴 수도 깨물 수도 있는 상황’     


‘그럴 때 어떻게 해야 나도 아이도 그리고 상대방 아이와 부모도 덜 상처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에 윤우도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사과하는 법’


그리고 나는 윤우에게 얘기했다.      


“사과하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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