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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Nov 29. 2019

오늘도 등원전쟁... 한 가지 ‘깨달음’

요즘 윤우가 늦게 자고 일어나서 아침에 거의 깨우다시피 해서 어린이집에 허겁지겁 보낸다.      


예전에는 윤우가 7시에 일어나면 그때 아침밥 먹이고 8시쯤 등원하면 나도 출근을 조금 여유롭게 할 수 있는데,     

계속 늦어지는 수면 패턴과 새벽에 잠깐 뒤척이다 다시 자는 바람에 윤우가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는 것.     


자는 아이에게 기저귀를 갈아입히고 옷 입히고 유모차에 태우고...      


아침밥은 꼭 ‘먹는 아이’였는데 몇 주 전부터 계속 우유 한잔, 때로는 우유도 못 먹고 우유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도 한다.      


아이가 밥도 못 먹고 가니 참 미안하고 신경도 쓰였는데

이게 익숙해졌는지 나 역시 ‘조금 늦은’ 패턴에 맞춰가고 있었다.      


그리고 8시가 되면 ‘엄마 늦어~ 윤우야 도와줘!’라고 자꾸 윤우를 재촉하는 것이다.      


내가 시계를 보면서 “윤우야, 우리 지금 나가야 해~ 엄마 지각해.”라고 하면 윤우도 시계를 쳐다본다.      


그리고 현관문을 나서는데... 그 모습이 정말 고마우면서도 

한 번씩 ‘윤우가 안 가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그 고마움을 잊고 윽박지르고...     


어느 날 나가야 하는 시간보다 몇 분 더 늦게 나간 적이 있었다.      


윤우를 어린이집에 빨리 등원시키고 나는 지하철역까지 뛰었고 지하철에 내려서 계단도 뛰어올라갔다.      


평소 같으면 에스컬레이터를 타는데, ‘늦을까 봐’ 계단으로 뛰고 또 빠른 걸음으로 회사로 향했다.     


분명 집에서 더 늦게 나왔는데 회사는 평소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아이를 재촉할 게 아니라, 내가 지각을 안 하려면 내가 서둘러야 하는 것.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을 이용하니깐 시간도 확 줄어들었다     


아이가 늦게 일어난다고 나 역시 늑장을 부렸는데... 


결국 ‘내 탓’을 ‘아이’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출근하는 길에 갑자기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동안 윤우 ‘등원길’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나의 게으름인데... 괜히 아이만 재촉하고...     


내가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내가 조금 더 빨리 움직이면 되는 지극히 간단한 얘기.


어제보다 오늘 더 등원이 수월해졌다.


“엄마 도와줘서 고마워”

“윤우가 도와줘서 엄마 지각 안 하겠어. 고마워.”

“엄마가 윤우에게 너무 고마워.”     


이 말 역시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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