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나 여기로 이사 오면 산후우울증도 안 걸릴 것 같아”
신혼집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이 거의 나의 출산일과 맞물려 있었다
당시 남편은 출장이 잦아 집을 알아보러 다닐 시간이 없었고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 보름 즈음부터 부랴부랴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집’에 들어가는 순간,
환하게 들어오는 햇빛에 바로 ‘이 집이구나’를 생각했다
그렇게 난 이사 간 집에서 일주일 더 회사에 다녔고,
바로 그다음 주 우리 윤우를 낳았다
순식간에 이사하고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다가 집에 온 그날,
내가 처음 봤던 ‘집’의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렇다
‘나에게는 절대 안 올 것 같았던’ 산후우울증이 온 것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만큼 시간, 공간, 날짜의 흐름도 알 수 없었고
그저 지쳐 있었고 수면에 허덕였다
내 모습은 ‘좀비’ 그 자체!
씻는 것마저 사치에 불가했다
모유를 먹이고 분유로 보충하고 젖병 씻고 빨래 돌리고 청소하고... 난 마치 기계가 된 듯했다
매일이 똑.같.은. 하루
모유가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아서 그것도 나를 힘들게 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
모유는 모유대로 먹이고 분유는 분유대로 먹으니깐 더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사각형 틀 안에 갇혀서 나와 아기 둘만 내쳐진 느낌...
그나마 내가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은 ‘화장실’이었다
모유를 먹이라고, 아기를 재우라고, 아기를 달래라고 ‘아기’와 연관된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곳, 내 유일한 안식처이기도 했다
산후우울증은 절대 도와주지 않는 ‘나몰라’라 남편 때문에 더 우울증이 걸린다고도 하는데
나는 남편이 나름 많이 도와주고 자상하게 물어봐 줘도... 다 싫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회사 일에 지쳐서 돌아오고
나는 나대로 육아와 집안일에 지쳐있어서
서로 대화도 없어졌다
그게 더 서글펐다
‘이대로 내 인생은 끝나는가?’
‘이렇게 우리는 나이가 들고 늙어가겠구나’
또 ‘내가 만약 없으면 이 아이는 어떡해?’라는 생각까지 겹쳐져서 모든 불안감이 요동쳤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해도 답답하고 또 답답하고... 갇혀진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욱이 출산 일주일까지 일했기 때문에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나를 더 엄습했다
바깥 공기와 집안 공기 자체의 공기도 다르다고 느꼈을 정도
‘산모교실’을 다니고 그 누구보다 아기와 교감하면서 ‘정말 태교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아기의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저렇게 연약한 아기가 나와 남편만 믿고 이 세상에 나왔는데... 난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을 했는가?’
‘아이는 어느새 금방 훌쩍 자랄 텐데, 나의 감정놀이에만 빠져 있을 것인가?’
그런 생각이 내 안의 나를 때렸다
그날 새벽, 내가 봤던 우리 아기 어깨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부족하지만, 서툴지만, 아이가 가장 사랑하고 의지하는 건 바로 ‘나’
나도 ‘엄마’가 처음이니깐 당연히 부족하고 시행착오를 겪지만, 아이한테는 가장 완벽한 엄마일 테니깐...
그때부터 난 조금씩 ‘엄마’ 역할을 즐기기로 했다
아기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서 나도 여유를 찾았고
모유가 남들보다 덜 나온다고 자책하기보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분유’를 찾아서 ‘황금변’을 눴을 때 만족했고
신생아 때부터 ‘통잠’을 자는 다른 사람의 글을 보고 비교하기보다는 ‘응 그런 아이도 있고 이런 아이도 있고’라고 더 이상의 비교를 하지 않았다
정말 끝날 것 같지 않던 산후우울증!
생각 하나 바꿨더니 온통 무거웠던 내 마음이 가벼워졌다
여기에 덧붙여
‘내가 혹시라도 산후우울증에 걸릴까’ 봐 시시때때로 통화하고 찾아와 준 가족들, 친구들, 후배들 덕분에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비교적 짧고 굵게 온 산후우울증
어쩌면 육아하면서 시시때때로 ‘우울함’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아기와 눈 맞춤 한번 해 보길... 그리고 나를 생각해주는 주변 사람들을 한 번 더 생각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