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의 늪에 빠지다

by 아내맘

내가 짧고 굵게 ‘산후우울증’에 빠졌던 이유 중 하나는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 것도 한몫했다


나는 당연히 모유수유를 잘할 줄 알았고 양도 많을 줄 알았기 때문


산후조리원에서 만난 모유수유 담당선생님과 다른 산모들과 얘기해보면,

처음에는 양이 적다가 점점 늘어난다고 했다

일주일 전과 일주일 후가 분명 다르다고


어떤 산모는 가슴마사지를 받고 난 뒤 확 양이 늘었고, 또 어떤 산모는 젖몸살을 심하게 한 뒤 양이 늘었다고도 했다


나는 밤 12시 전까지 꼭 수유콜을 받았고 남는 시간 틈틈이 유축도 했다


나의 열정에 담당선생님도 번외로 가슴마사지를 해줬는데

다 뚫렸다는데... 줄기 자체가 약했다


그 자괴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늘어난다는 데 담당선생님이 매일 아침 유축한 양을 기록하는데... 대답하는 내가 몹시 부끄러웠고...

특히나 유축한 젖병을 가지고 신생아실로 갈 때 다른 산모들은 눈에 띄게 양이 늘어서 가는데 난 늘 제자리걸음이어서 손으로 젖병을 감추고 가기도 했다


그냥 부끄러웠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유축 했는데 ‘양’이 모자라 우리 윤우는 분유 보충을 계속했다


“분유로 보충할게요”


이 말 또한 나 자신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남편이 가끔 유축하고 있는 나에게 ‘양’을 물으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네가 해 봐’


나도 누워서 쉬고 싶은데 계속 앉아서 유축하고... 진전은 없고... 우울함은 끝없이 밀려왔다


다른 산모들이 ‘젖’이 너무 많이 나와 힘들다, 가끔 유축 한 젖병을 SNS에 찍어서 올린 사진을 보면 ‘내가 루저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올 때 선생님들이 얘기했다


“산모님 포기하지 마세요~ 계속 모유(직수)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확 젖 양이 늘어나서 지금 산모들과 같아져요”라고...



집에 오면서부터 난 멘붕에 빠졌다


그야말로 아기를 24시간 케어


신생아는 먹는 텀이 2시간 간격인데, 난 모유도 먹이고 분유도 먹이고 그야말로 쉴 틈이 없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남편이 “그렇게 힘들면 애쓰지 말고 그냥 분유 먹여”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나는 아기에게 덜 미안해하고 더 편한 육아를 했을 수도 있다


남편은 모유를 먹이길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퇴근 후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야 모유랑 분유 먹이는 빈도수를 생각해 봐~ 주로 먹이는 것과 간식처럼 주는 거로 구별하면 될 것 같은데”


남편의 비율 예기에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해진 느낌이었다


반전은 그때 그 하루뿐이었다


남편이 ‘모유’가 잘 나오는 음식을 얘기할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왔다


여전히 모유를 먹이길 원하는 남편... 내 마음은 몸은 그게 아니었다... 지칠 대로 지쳤다


그렇게 이를 물고 거의 100일 동안 모유와 분유를 먹였지만, 내 모유 양은 그대로였다


아니, 먹성 좋은 아기가 더 먹기 때문에 오히려 모유로 충분하지 못해 울고 보채고

또다시 분유를 타고... 그 시간의 반복


그런데 후배들과 얘기하면서 모유수유에 대해 내가 많이 쿨하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한 후배는 모유는 많이 나왔지만, 회사에 복귀도 해야 해서 ‘50일’만 먹였다고 했고~ 또 다른 후배는 분유로 보충했는데~ 그냥 힘들게 하지 말고 분유로 먹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후배들은 “좋은 분유 많이 나오니깐 힘.들.이.지. 말고 분유를 먹이”라는 얘기였다


그때부터 난 조금 더 좋은 분유를 찾기 시작했다


산후조리원에서 먹던 분유가 당도가 높아서 안 그래도 바꾸려고 했기 때문


거의 2~3차례 분유 갈아타기 실패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우리 아기와 제일 잘 맞는 분유를 발견,

황금변을 보기 시작한 아기를 보면서 마음이 놓였다


‘그래~ 요즘 분유는 거의 모유 성분에 가까운데

네가 배부르고 황금변을 누면 되지’


그때부터 내 마음 역시 달라졌다


‘왜 모유가 안 나온다고 자책했나’

‘왜 남편 눈치를 봤을까’

‘그냥 분유 먹일걸... 왜 나도 고생, 아기도 같이 고생했을까’


물론 나 역시 그전까지 모유수유에 관해 최선을 다했다


모유수유를 못한다고 엄마가 아니고,,, 모정이 없을까


절대 아니다


완모든 분유든 난 그것도 ‘엄마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단순히 아기와의 애착을 생각해서 내가 희생해서라도 의무감처럼 지속적으로 먹이는 건...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그게 정말 ‘애착을 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도 들고...


엄마와 아기의 애착은 어떤 형태로든 다양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깊은 모유수유의 늪에 빠져 있었던 나는 모유와 관련해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모유를 안 먹고 분유를 먹었다고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 건 아니라고

정말 좋은 분유가 많이 나온다고


그래서 모유수유가 잘 안 된다고 자책하고 괴롭다면

당장 멈추고 ‘우리 아기’와 맞는 분유를 찾으라고


모유의 늪에서 나오니... 육아가 달라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에게 얘기한다


“나 다음에 둘째 낳으면 처음부터 산후조리원에 우리 아기 먹을 분유 가지고 갈 거야... 절대 모유 안 먹여”

“초유만 먹여줘”


그렇게 모유를 고집했던 남편이 이제는 ‘초유’란 두 글자만 내세운다


그나마 변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난 최대한 ‘엄마’인 내가 편한 길로 가야, 아기 역시 편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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