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자책하지 마세요

by 아내맘

“자기는 순풍 아기도 잘 낳고 모유수유도 잘할 것 같아”


내가 분만에 대해 걱정하거나 모유수유에 대해 얘기할 때면 남편은 으레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란’ 말을 해왔다

나 역시 자연분만도 잘하고 모유수유도 잘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2017년 5월 28일, 출산 예정일을 2주 정도 남겨놓고 우리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전날이었던 토요일, 태동검사를 마치고(그때까지는 내가 내일 아기를 낳게 될 거라고는 그 누구도 몰랐다)

다음 주 ‘속골반 측정’ 예약을 잡은 뒤 남편과 쇼핑 하고 음악회도 가면서 늘 그렇듯 아기 맞을 준비로 바쁜 주말을 보냈다


저녁에는 집 근처 고깃집에서 고기를 먹고 집에 와서는 빵까지 먹으면서 ‘정말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많이 먹었다


그래서인지 새벽에 배가 살짝 아파서 화장실에 갔는데... 변기 안이 ‘붉었다’


“어? 이상한데?”


조금씩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로 흐르는 피


뭔가 느낌이 이상해 산부인과 응급실로 전화를 걸었다


간호사 선생님이 진통 어플로 간격을 체크해보고 다시 전화하라고 했는데...


사실 진통 어플을 설치해도 나 같은 초보맘에게 그게 진진통인지 가진통인지 구별도 안 되고 배가 계속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나 혼자 착각인가’라는 생각에 몹시 혼란스러웠다


다시 산부인과에 전화를 걸어 내 상태를 설명했다


“계속 피가 흘러요... 진진통이 맞는 것 같아요”

“양수가 터졌을 수도 있으니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집도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아기 옷 세탁도 못 했고 청소도 못 한 상태라 머릿속이 복잡했지만, 나름 산모교실에서 들었던 대로 ‘출산가방’을 꾸려 병원으로 향했다


늘 다니던 산부인과였는데도 분만실 ‘글자’를 보자마자, 몹시 긴장됐다


양수가 터지면 세균감염 위험이 있고 또 그날 새벽에 출산하러 온 산모는 나 혼자 밖에 없어서 촉진제 투여, 관장, 무통 주사 등을 맞을 준비까지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제 내 자궁만 열리면 되는 일


남편은 분만대기실에서부터 울기 시작했다


‘이 남자 아빠 되니깐 너무 좋은 거야? 내가 걱정되는 거야?’


그때까지는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조금은 여유로웠다

그 여유는 오래가지 못했지만...


배가 쪼여오는 느낌과 계속 화장실에 가고 싶고 마음이 교차로 들면서 아.팠.다


그날 당직 선생님은 다행히 내 담당의 원장선생님이었다(토요일부터 일요일 낮까지)


선생님이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면서 얘기했다


“어제 무리하게 다닌 거 아니에요?”


뜨끔했다

쇼핑도 하고 음악회도 갔다 오는 등 정말 많이 걸어 다녔고 무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수만 터졌을 뿐... 아직 우리 아기는 세상에 나올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것


“아기가 한창 배 위에 있고 자궁문도 너무 두꺼워요”


1cm 열린 자궁... 촉진제 투여 결과 1.5cm


정말 더디고 더딘 열림

1.5cm에서 2cm까지 열리는 그 시간도 엄청나게 길었고


중간중간 수도 없는 내진에 ‘이미 내 몸은 내 몸이 아닌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굴욕’도 느낄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물었다


“산모님 자연분만 원하죠?”

“네”


선생님은 다음 당직 의사 선생님에게 ‘나의 상태’에 대해 얘기해주셨고 그 선생님 또한 나를 안심시켜주며 진료를 보셨다


그러나 거의 14시간이 지난 뒤에도 2.5cm... 그 이상은 열리지 않았다


그때부터 조심스레 의사 선생님과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제왕절개 얘기를 꺼냈다


어느 간호사 선생님이 “저는 산모님이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는데

정말 그분의 말, 목소리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더욱이 아기 심작박동수가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아기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이대로 가다간 ‘난산’으로 이어져 아기가 대학병원으로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에 겁이 났고,


그리고 정말 ‘하늘이 노랗다 못해 나와 아기가 진짜 어떻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얼른 ‘제왕절개’를 해달라고 했다


그때는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데 내가 온전히 힘을 다 주고 우리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 도저히 못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왕절개를 하려면 남편의 수술동의서가 있어야 하는데 남편이 분만실 밖에서 기다리시는 친정부모님에게 ‘제왕절개’에 대해 설명하느라 내 옆에 없었다


배가 점점 쪼여오고 미칠 것 같았다


간호사 선생님은 남편을 찾았고 난 ‘제왕절개를 해달라’고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할게요! 할게요! 제왕절개 해주세요”


그때 막 남편이 들어왔고 난 남편에게 소리 질렀다


“제왕절개 할 거야! 내 몸 내가 더 잘 안다고”


그렇게 허리와 배를 움켜잡고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가려고 하는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남편분이 아내분 한 번 안아주세요”라고 얘기했다


남편은 나를 안아주지 않았고... 나는 좀 더 빨리 동의서에 사인 안 해준 남편이 미웠다


그때는 마치 남편이 ‘조금 더 해보다가 제왕절개’를 하라는 것 같았기 때문...


어쨌든 그렇게 서운한 마음이 극에 달했을 때 나 홀로 휠체어를 타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굉장히 넓은 줄 알았던 수술실은 생각보다 좁았고 폐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파란 천에 둘린 수술대에 누웠다... 그 차가운 느낌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마취가 잘 안 되는 체질 때문에 ‘저는 마취가 잘 안 돼요’라는 얘기를 해야 하는데...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만 했는데 입에 뭔가 ‘쑥쑥’ 넣어지면서 기억이 사라졌다... 눈 떠보니 회복실


눈 뜨자마자 간호사 선생님에게 “아기는 건강해요?”라고 물어봤고 남편 얼굴이 보이자,

“그니깐 내가 수술한다고 했잖아”라면서 울먹였다


곧이어 안아 본 ‘우리 아기’

‘내가 정말 엄마가 됐구나’


38주 1일 만에 ‘진짜 엄마’가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난 속골반 불균형이었고(이건 그다음 주 진료를 봤으면 미리 알아서 어쩌면 ‘제왕절개’ 수술 날짜를 바로 잡았을지도 모른다)


또 아기가 탯줄 하나를 감고 있어서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고, 결론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지금은 말할 수 있다


내 몸이 안 따라주고 어쩔 수 없는 경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당당히 ‘제왕절개’를 하라고


무슨 마취제 때문에 아기한테 안 좋을까 봐 ‘제왕절개’를 주저하고 마치 제왕절개를 하면 굉장히 ‘모성애’가 없는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런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내가 아기를 건강하게 낳는 게 중요하다


이젠 남편한테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자기야 난 둘째 낳는다면 그때는 주저 없이 제왕절개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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