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회사 선후배로 만나 알고 지낸 지는 꽤 됐지만, 우리가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건 2013년 12월이었다
1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연애를 하면서 ‘이 남자와 결혼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남편의 ‘묵직한 손’이 성실함의 징표처럼 느껴져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했다
2015년 7월 4일 나도 드디어 ‘품절녀’가 됐다... 내 나이 38살
그전까지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노는 것을 좋아했던 나에게 38살 결혼은 ‘자유를 찾는 것보다는 안정을 찾는 것’에 타협을 보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함께하는 가치 있는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기야, 우리 신혼은 충분히 즐기자”
나는 ‘노산’인 걸 생각하지도 않고 ‘우리 둘만의 신혼생활은 있어야 한다’는 주의였고 그도 흔쾌히 응했다
일찍 시집간 친구들은 벌써 초등학교, 중학교 학부모가 됐고,
나와 친한 후배들도 아기들이 어린이집, 유치원에 다니는 학부형이었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
‘그래도, 조금은 신혼생활을 해 봐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평범한 일상생활 속에서 꿀 같은 신혼을 보냈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날 무렵, 소위 둘이 놀 만큼 놀았고~
‘사랑하는 그와 나의 2세는 어떨지~ 몹시 궁금해 아기가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야 이제 우리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음... 굳이 아기가... 아기 없이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면 되지 않을까?”
남편은 ‘아기를 갖지 말자’는 주의였다
평소에 지나가는 아기들만 봐도 좋아하고 아기들과 잘 노는 모습을 봐 온 나로서는 남편의 예상 밖 답에 다소 당황했다
“왜? 자기 아기 좋아하지 않아? 아기 갖기 싫은 이유를 말해 봐”
“자기가 좀 나이도 있으니깐 걱정돼”
처음, 이 대답은 살짝 감동이었다
내가 걱정되니깐 ‘우리끼리 더 잘 살자’는 의미였으니깐...
더욱이 남편은 ‘출산’과 관련해 트라우마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아기가 갖고 싶었고 남편에게 번번이 같은 질문을 했다
“근데 진짜 아기 갖기 싫은 이유를 얘기해줘”
“경제적으로...”
남편은 결혼 때와 마찬가지로 ‘경제적인’ 이유를 들면서 주저했다
흔히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드는 돈이 ‘4억’이라는 얘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지만, 난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드는 생각이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경제적 독립’을 시킬 계획이므로 이 대답은 가볍게 ‘패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서 같은 질문을 했다
“진짜 갖기 싫은 이유가 뭔데?”
“아무래도 아기가 생기면 자기보다 ‘아기’를 더 예뻐할 것 같아”
‘이건 무슨 뜬금없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결론은 남편은 확실한 가치관 정립이 돼 있지 않은 무늬만 ‘딩크족’이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얘기를 나눈 뒤 결국 우린 아기를 갖기로 협의했다
단, 만약에 내가 문제가 있어서 ‘임신이 안 될 경우’ 시댁에는 ‘남편의 문제’로 하자고 입을 맞췄다
어쨌든 노력을 하기로 하고 배란일 관련 앱을 처음 깔아보고
‘이번 달은 망했어~ 다음 달에 도전’이라는 생각을 한 그때, 이미 우리 내 뱃속에 새 생명이 있었다
너무 춥고 체한 느낌이 계속 들어서 잘 먹지도 않는 감기약과 소화제까지 먹었는데...
‘불현듯 혹시나 해서’ 한 임신테스트기
‘절대 아닐 거야’란 생각이었기에 그냥 테스트만 한 채 임테기를 욕실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잠시 후 욕실에 씻으러 들어갔던 남편이 나를 불렀다
“자기야~ 두 줄이야”
“응?????????”
우리 부부 둘 다 ‘어안이 벙벙’
다음날이 토요일이어서 바로 산부인과 예약을 잡고 갔더니 ‘임신 5주 차’
아기집이 보였고 정말 이상하면서도 신비한 느낌이었다
여전히 남편은 얼떨떨해했고 난 남편에게 외쳤다
“자기야~ TV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처럼 펄쩍 뛰면서 대사 해 줘
‘내가 드디어 아빠가 되는 거야?’라고”
우린 그렇게 38주 1일, 우리 아기를 세상 밖에서 처음 만났고
‘엄마’ ‘아빠’라는 새로운 이름도 함께 얻었다
내 나이 마흔 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