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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내맘 Jan 10. 2020

육아기단축기근무 신청... 아이의 해맑은 미소

윤우가 어린이집을 다닐 때부터 회사에 양해를 구해 10분 정도 일찍 퇴근했다.     


그렇게 퇴근해서 어린이집 도착하면 오후 6시 30분쯤?     


일찍 서둘러서 가도 거의 마지막까지 어린이집에 있는 윤우.     


윤우와 가끔 함께 남아 있는 누나가 있는데 그 누나가 윤우보다 일찍 가면 윤우 역시 ‘옷을 들고 와서 선생님께 입혀 달라’고 ‘엄마 오는 시간’을 아는지 문 쪽을 가리킨다고 하셨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가 ‘우리 아이를 제일 늦게 하원시키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할 텐데...

나 역시 윤우가 혼자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뭔가 미안하면서도 찡하다.     


육아기단축근무가 얼마 전에 생겼지만, 그런 제도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사실 육아기단축근무를 얘기할 엄두도 안 났다.      


다른 후배들은 윤우만 생각하라는데... 그걸 회사에서 받아들일지... 또다시 나는 얼마나 많은 단계 단계를 거쳐 육아기단축근무를 설명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지...

‘차장’이란 직책 자체에서 오는 부담감도 있었고      


‘‘차장으로 승진시켰더니 단축근무를?’이란 시선을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러던 중 회사에 일이 생겼고...      


“그래, 그냥 그만두자”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보는 또 다른 신입 후배들의 시선에서

‘결국 결혼하고 육아하면... 어쩔 수 없이 그만둬야 하는구나!’


나는 그런 선례를 만드는 선배가 되기는 싫었다.     


결혼하고 육아하면서도 당당하게 회사에 다니는 커리어우먼...(이라고 얘기하기에 현실은 너무 벅차지만)


그렇다면 

나의 10분 일찍 퇴근이 문제가 된다면, 당당하게 육아기단축근무 신청하기.     


먼저 미루고 미뤘던 이 제도에 대해 고용보험센터에 알아보고, 궁금했던 사항들을 차례대로 다 물어본 뒤 회사 측과 얘기했다.      


생각보다 일사천리로 일이 처리됐고, 나는 1월부터 1시간씩 일찍 퇴근하게 됐다. 


남들은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결코 쉽지 않았던 일련의 과정들...    


아직 며칠 안 했지만, 윤우는 너무 좋아한다.      


하원 후 가만히 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싱글벙글한다.      


‘이렇게 아이가 좋아하는데... 나는 도대체 무슨 고집을 부렸던 것일까?’     


집에 와서 아이와 신나게 ‘몸’으로 놀아주고      


다시 아이 저녁 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하원 후 내 생활에 조금 더 추가된 게 있다면 ‘아이와의 놀이’다.      


1시간 일찍 퇴근하면 1시간 일찍 윤우가 ‘잠’을 잘 줄 알았는데... 일찍 하원 한 만큼 놀아주는 시간이 더 많이 늘어났다.      


‘내가 말하기 싫고 눈치 보이고... 내 입장만을 생각해서 아이 입장을 너무 몰라준 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직도 눈치 보고 눈치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내 이름 세글자로, 아이 엄마로 당당하게 회사 생활을 할 것이다.

      

“윤우야 엄마 회사 다니는 거 좋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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