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대로 어린이집에 적응해서 잘 다니고
나는 나대로 복직해서 회사에 다니고
각자 서로의 위치에서 잘 적응하고 있고 잘 적응하려고 애써 나가고 있으면서도
워킹맘들에겐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가’라는 순간순간들을 직면한다
그 제일 큰 이유는 아이가 아플 때
아이를 집에 두고 나왔을 때 그 미안한 마음과 ‘연차’를 내야 할 때... 회사에 눈치 아닌 눈치를 보고 전달하는 과정까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우리 아이 감기 때문에 한 번 연차를 냈는데 ‘나는 아이 때문에 늘 연차를 쓰는 엄마’로 돼버리는 주변의 인식
실제 아기들은 돌 전후로 가장 많이 아프기도 하다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감기는 기본적으로 달고 다니지만,
갑자기 이유 없이 열이 오르고 갑자기 이유 없이 울어서 응급실에도 가고 또 갑자기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수족구가 의심된다는 연락이 와서 반차를 써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엄마, 언니의 도움을 받거나 나와 남편이 번갈아 가면서 연차를 썼다
그렇게 아이 출산 후 복직하면서 우린 서로 ‘으쌰 으쌰’ 하면서 고군분투 회사생활과 육아를 했다
윤우가 영유아 2차검진에서 ‘음낭수종’이 의심된다면서 대학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으라고 했다
대학병원에 예약하고 초음파를 찍기까지 과정이 ‘바로’ 되는 게 아니다
먼저 대학병원에 의사선생님과 진단을 한 뒤 초음파 날짜는 다시 따로 잡는 것...
그렇게 우린 연차를 썼고 윤우는 윤우대로 걱정이 되면서도 ‘만약 다음에 윤우가 아플 때 어떻게 연차를 써야 할지’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히 윤우는 음낭수종이 아니었다
그것도 잠시, 윤우가 14개월 때 가장 보챔도 심했고 갑자기 아픈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윤우가 자지러지게 울면서 열이 났다
해열제를 먹여도 열이 내리지 않고 교차 복용을 했는데도 열이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웬만하면 열이 내리는데 열이 내리지 않아 부랴부랴 119에 연락해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서 아이 상태를 묻고 진료를 하고(진짜 너무 가기 싫은 병원이었는데 아기 응급실 병원은 따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 또 너무 취조하듯이 물어봐서 정말 너무 화가 났다
어쨌든 윤우는 기저귀를 제외하고 모든 옷을 다 벗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요로감염’ 검사를 했는데 윤우가 오줌을 누지 않아 계속 병원에 있어야 했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그때 난 도저히 연차 쓸 여력이 안돼서 아이 아빠가 연차를 쓰기로 했다
기저귀만 한 상태에서 윤우가 남편한테 안겨 있는 그 장면이 회사 가는 중간에도 생각나고 출근해서도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한 후배가 아기의 상태를 물으면서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순간 ‘아기는 아픈데 나는 어떻게 커피를 마실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울컥 울음이 쏟아졌다
곧 자리에 앉아서도 내 마음은 좀처럼 진정이 안됐다... ‘엄마를 찾을 텐데...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가’
그때 윤우 어린이집 원장님의 문자가 왔다
윤우를 걱정하면서도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내가 강해져야 한다’면서... 그런 용기를 주는 말들이었다
난 자리에 앉아서 그대로 또 울었다
‘그래, 아이는 그러면서 크는 거지’
남편이 ‘윤우 소변은 눴고 일단 ‘요로감염’은 아닌 것 같은데 내일 배양액 검사 결과를 다시 보러 오라고 했다’는 얘기를 내게 전했다
다음날은 내가 연차를 내서 윤우를 데리고 소아과로 향했다
윤우는 요로감염이 아니라 ‘돌발진’이었던 것
돌발진으로 열꽃이 피고 열이 올랐던 것이었다
돌발진은 마치 ‘감기’ 같은 것으로 돌 전후로 아기들이 자주 걸린다
곧 23개월인 윤우는 14개월에서 15개월로 넘어갈 때 가장 많이 아팠다
감기는 기본, 장염에 돌발진까지!
그러나 정말 그때 이후로 윤우가 ‘폭풍성장’한 듯했다
아프면서 아이는 성장하고 성장하려고 아프기도 한다
워킹맘인 이상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회사 연차 쓰기는 여전히 눈치 보이지만,
난 최대한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은 덜 미안해지려고 노력 중이고
당당하게 연차를 쓰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워킹맘의 순간순간들의 갈등을 직면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능력 있는 워킹맘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