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윤우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침을 했다
기침도 하고 눈곱도 많이 끼고... 감기 때문에 힘없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더욱이 지난주 윤우 어린이집에 한 어린이가 수족구에 걸리고 며칠 전 또 다른 어린이가 수족구에 걸려서 ‘그래 오늘 하루는 윤우 쉬게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윤우야 오늘 병원 갔다가 집에서 엄마랑 쉴까?”
“응”
그렇게 나한테 안기는데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있겠는가
우리 회사 연차 시스템은 꽤 복잡하다
연차를 쓰기로 한 뒤 부장한테 보고하고, 또 바로 상사한테 보고한 뒤
팀원들 단톡방에 ‘연차를 쓴다’고 얘기하면서 오늘 업무와 관련해 스케줄을 정리해줬다
팀원들한테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그래도 업무상 차질 없이 일하고 싶고’ ‘적어도 아이 엄마 선배가 아닌 내 이름 세 글자’로 일을 확실히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사의 행동이었다
평소 내가 일하는 스타일이나 보고하는 스타일을 알면 그렇게는 답을 하진 않을 텐데
뜬금없이 부장한테도 보고하라는 얘기
만약 내가 부장한테 얘기를 못 했다고 할지언정 본인이 대신 보고를 해주면 될 일이고
연차를 제출하는 건... 시기를 다툴 만큼 급한 일이 아니다
내가 출근한 뒤 제출해도 충분히 되는 일
무슨 ‘심보’인지... 잠시 생각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워킹맘이 연차 쓰는데 눈치를 본다
아기가 아픈데... 보고에 보고를 해야 하는 불편함
올해 들어 윤우가 아파서 갑자기 연차를 쓴 건 어제가 처음인데도
그 상사를 포함해 누군가의 시선에는
난 어쩌면 ‘아이 때문에 연차 쓰는 엄마’로 인식돼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 얘기를 참 쉽게 한다
우리 팀에는 미혼도 있고 결혼한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아기를 키우면서 일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
그래서 그런 공감대가 덜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나 아기 키우면서 일하는 엄마야’라고 처음부터 뭔가를 바라지도 않았다... 바란 게 있다면 딱 10분 먼저 퇴근하기
어린이집에 윤우 등원시키고 출근하면서부터
내가 내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다
내 준비는 뭐든 다 ‘후다닥’
그래도 윤우만큼은 깔끔하게 예쁘게 옷 입혀서 보내기
“쟤네 엄마 일하니깐 아기한테 신경 덜 쓰네”라는 시선이 싫기 때문이다
윤우 한 번 등원시키고 오면 온몸이 땀범벅
향수를 뿌려도 땀이랑 섞여서 땀 냄새가 흥건하다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내 모습은 어쩌면 많이 헝클어져 보일 것이다
‘육알못’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다
저 사람은 왜 안 꾸밀까?
왜 편한 옷만 입을까? 편한 신발만 신을까?
아기 엄마라고 너무 자기 관리 못 하는 거 아니야?
나도 한때는 같은 옷을 입은 적이 없을 정도로 꾸미기 좋아했다
아기 등하원을 시키려면 편한 옷에 편한 신발이 편하고
헤어스타일 한 번 바꾸는데 주말 하루를 투자하려니
가뜩이나 윤우와 평일에 놀아주는 시간이 적어서 주말은 온전히 아기한테 다 할애하는 거
그렇게 다 ‘이유 없는 이유’는 없는 거라고
만약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에
몇 년 후에 아기 엄마가 돼서도 자기 관리를 똑 부러지게 한다면
난 존경할 것이고
또 그들 중에는 “OOO이 대단했구나~ 어떻게 육아하면서 출근을 했을까?”라고 한다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얘기해줄 것 같다
어제오늘 참 생각이 많아지는 ‘워킹맘’에 대한 단어와 무게와 책임감...
오늘 윤우 등원시키면서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요즘 수족구 때문에 가정보육을 많이 한다”는 얘길 듣고
‘어제 하루 윤우 쉬길 잘했네’라고 생각하면서 나 나름대로 윤우에게 조금은 덜 미안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