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들어오는 그림

돈이 들어 있는 말들

by 마음씀

부자 사업가가 여행 중에 한 어부를 만났다. 사업가는 그 어부의 물고기 잡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빈둥거리는데 물고기를 잡을 수나 있겠소?” 그러자 어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몫은 이미 다 잡아놨소.” 사업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간도 많은 것 같은데 더 많이 잡아 놓으면 좋잖소? 그러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잖소. 돈이 많아야 더 큰 그물을 살 수 있고, 큰 그물이 있으면 더 많이 잡을 테고. 그러면 결국 당신도 나처럼 부자가 될 것이오.”
“부자가 된 다음에는 뭘 하죠?”
“그야 물론 편안히 앉아 쉬는 거지.” 그러자 어부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내가 그걸 하고 있지 않소.”

(김이율, '가슴이 시키는 일 2' 중)



돈보다 우선해야 하는 일


돈이란 가짜 위조지폐일 뿐이다. 그리고 돈은 매일매일 찍어내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것이 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돈을 벌려고 건강을 잃어버리며 산다. 그러고 나서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번 돈을 다 잃어버린다. 어리석지 않은가? 이미 부자의 삶을 살고 있다는 어부의 이야기가 훅- 가슴에 들어온다. 어부가 나에게 돈을 왜 벌고 있는지, 어떻게 벌고 있는지 생각해 보라 한다. 돈을 벌려고 일을 하는 것인지, 일을 하다 보니 돈이 벌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지금의 나는, 제목처럼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혼자 야근하는 밤,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했던 적 있다면, 그건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가슴이 자기 가슴을 치고 있는 것이다. 가족 때문이라고, 먹고살기 위해서라고 변명할 건가? 우리의 종착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돈 때문에 힘들게 돌아갈 필요 없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더라도 먹고살 수 있으니까. 좀 적게 먹고 적게 쓰면 된다, 어부처럼. 가슴이 시키는 일, 가슴속에 품고 있는 그 일을 하는 것이 돈보다 우선이다.



돈은 먹을 수 없다


인디언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뒤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뒤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그들은 깨닫게 되리라. 인간은 돈을 먹고살 수 없음을. 그렇다. 후손에게 빌려 온 나무, 강, 물고기 이런 자연이 다 없어지고, 인간들이 환장하는 돈만 남았을 때,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돈은 날 것으로도, 구워서도, 삶아서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맛도 없다, 아니 없을 것이다. 인간은 돈을 먹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종족이다.


아, 그리고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현금인출기(ATM)에서 나는 돈 세는 소리는 진짜 돈 세는 소리가 아니라 녹음된 소리라고 한다. 그 가짜 소리를 들려주는 이유는 고객이 '아, 내 돈이 잘 처리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려고 하는 거라고. 어쩐지. 만 원 찾을 때나 십만 원 찾을 때 나는 소리가 똑같더라니. 음. 마음 통장에 잔고가 없어도, 힘들 때 기운을 팍팍 뽑아 쓸 수 있는 인출기는 어디 설치되어 있을까.



검소하다는 건 다 쓰는 것


검소한 살림살이란 허비가 전혀 없도록 모든 자투리를 쓰는 것이다. 돈의 자투리, 시간의 자투리를 다 포함한다. 검소하게 산다는 것은,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할 용도에 맞게 아낌없이 돈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할 때 제대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자투리 시간이 남았다고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순간의 짬이라도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이다. 물 한 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자투리들이 모여 무엇이 될지 알 것이다. 검소하게 살자.



최고의 유산은 추억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돈이 아니라 따뜻한 추억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운 겨울 혹한기 훈련이 견디기 힘든 시련으로 다가올 때, 아들이 꺼내 드는 것은 몇 푼의 용돈이 아니라, 아버지와 오래 참기 내기했던 찜질방 사우나의 뜨거움이리라. 머리를 쥐어뜯어도 영감이 떠 오르지 않을 때, 딸아이에게 붓을 들게 하는 것은 몇 푼의 용돈이 아니라, 겁 많은 자기를 앞에 앉히고 아버지와 함께 탔던 회전목마의 추억 이리라. 돈은 차갑지만 추억은 따뜻하다. 우리가 어디에 치중해야 하는지는 명백하다.



마음을 투자하라


가장 투자하기 힘든 것이 마음이라고 했다. 투자는 내게 있는 걸로 해야 한다. 남의 것을 빌려와 투자하는 건 위험하니까. 그런데 우리는 마음보다 돈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나가 놀아라."며 쥐어주는 지폐가 아닌데. 그냥 아빠와 같이 노는 시간을 바랄 뿐인데. 함께 부대끼며 아빠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건데도 우리는 부자도 아니면서 '돈'을 투자하려 한다. 내가 많이 가진 것은 무엇일까, 돈인가? 벌어도 벌어도 쓸 돈은 부족하고, 아무리 짬을 내려해도 시간은 언제나 모자란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마음을 쓰는 일에 인색하지 말자. 퍼내지 않으면 마르는 샘처럼 마음도 그렇다. 퍼내 쓰지 않으면 사막처럼 마른다. 마음은 아무리 투자해도 손해 나는 일이 없다. 무엇을 투자하겠는가? 돈인가, 마음인가.




오래된 남편들에게 유용한 팁


<비상금 숨긴 걸 들키고도 칭찬받는 법>

(1) 일단 돈을 봉투에 넣는다.
(2) 봉투 위에 편지를 쓴다. "여보 사랑해, 필요할 때 써."
(3) 아내가 잘 안 보는 곳에 살짝 넣어둔다.


오오, 그럴듯하다. 소풍날 보물 찾기처럼 여기저기 넣어두면 되겠다. 분산투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근데 비상금이 뭐지? 사전에는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쓰기 위하여 마련하여 둔 돈'이라고 되어 있다. 예비비 같은 건가 보다. 하지만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꼭 돈만 필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느닷없이 상처 주는 말 비수처럼 던지고, 그가 쳐다보기도 싫을 때, 이유 없이 그 사람이 못나 보일 때, 미처 알리지 못하고 그 사람 곁을 떠날 때. 이런 비상사태에는 마음이 돈보다 더 필요할 거다. 그때를 위하여 마음 일부를 떼어 비상금처럼 봉투에 넣어두자. 처음 잡을 때 그 사람 손의 떨림이나, 내 무릎에 전해지는 TV 보다 잠든 그 사람의 하중이나, 소꿉장난하듯 차려 낸 신혼시절 가난한 왕후장상의 밥상... 이런 사랑의 마음들 말이다. 그리하면 비상상황이 닥쳤을 때 잘 넘길 수 있지 않을까.




Epilogue

해바라기


goqkfkrl.jpg 딸 그림, 해바라기 꽃


외삼촌이 주문한 그림이라며 딸이 그린 해바라기. 꽃 말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런 것인데, 일편단심, 숭배, 기다림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표적 부귀화인 목단꽃과 함께 '돈 들어오는 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부자 되는 해바라기 그림을 그려주라는 아내의 압력행사를 의심한다. 생애 처음 입주한 아파트에 돈 많이 들어오기를 기원하네, 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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