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Dec 24. 2021

사라진 시간들

# 그 시간들의 행복을 빈다.


저의 사라진 시간들은 지금 어디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걸까요. 그걸 생각하면 참 가슴 아파요. 누군가를 사랑할 수도, 아름다운 일을 할 수도 있는 시간이잖아요. 사라진 시간 속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후회도, 상처도, 그 시절을 살았다는 느낌도. (김언수, '캐비닛' 중)


아, 내 사라진 시간들,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들을 그리 허무하게 떠나보냈다. 지금 어디서 누구를 만나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부디 내게서 채우지 못했던 애정을 마음껏 향유하고 있기를, 간절히 빈다.


강물이 흐른다고 말한다. 시간도 흐른다고 말한다. 흐른다는 건 내 앞에서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흐르면서 우리의 많은 것을 운반해 간다. 흐르는 강물이 사람의 마음을 가져가듯이. 산다는 것은 그렇게 하나씩 없어지는 걸 겪는 것이라는 말에 이제 공감이 간다. 


어느덧 주변을 돌아보면 없어진 것들이 많다. 버스 종점 사글셋방에서 사랑으로 붙잡지 못했던 시간들, 콩나물처럼 혼자 자라야 했던 아이들의 외로웠던 시간들. 그리고 교만에 빠져 도움을 요청할 생각도 못했던 어리석은 시간들. 다 내 잘못이다. 세월이 흐른 지금에서야, 이렇게 사라진 시간들을 떠올려서 어쩌자는 것일까.


내 곁을 떠난 시간들을 그리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잡지 못했던 그 시간들이 안타깝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안부를 묻고 싶었을 뿐이다. 나 아닌 누구의 곁에서는 이질감 1도 없이, 한 몸처럼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바랐을 뿐이다. 더 행복한 시간이 되었기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람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을 더 좋은 거라 생각하니까. 가지 않은 길처럼 말이다. 더 이상 나의 시간들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게 하자. 1분 1초도 시간이 혼자 있게 두거나 허투루 사용하지 말자. 사라질까? 궁리조차 못하도록 온종일 시간을 행복하게 해주자. 그러면 되지 않을까. 나를 떠나간 시간들의 행복을 빈다.





시간은 생각보다 예민하고 날카롭단다.


매거진의 이전글 불보다 열이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