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Jan 24. 2022

나는 나는

# 무엇이 되어야 하는 걸까.


나는 나 말고 무엇인가 되어야 한다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말했다. 나로서는 충분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제까지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문 잠긴 초록 대문 앞에 앉아, 길고 아득한 골목 끝을 바라보다 혼자 깨달았다.  (윤지영, '장래 희망' 중)



나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나는 내가 되고 싶었다. 나 말고 누군가의 조합이 아닌 그냥 내가 되고 싶었다. 먼 우주에서 지구라는 작은 별로 전송되어 온 나의 본질, 그 형질을 유지하고 싶었다. 우주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작은 우주로서의 나. 파도가 바다의 일부인 것처럼 본래의 나로 살고 싶었을 뿐이다.



살다 보면


내 인생을 스쳐가는 행인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지나가는 투로 나에 대하여 던지는 그들의 말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저 지나가는 행인일 뿐이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그들이 하는 말은 그냥 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보이는 대로, 마음대로 판단하고 비웃고 가볍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행인들은 자신과 남을 분리되어 있는 개체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세상, 같은 우주, 모든 살아있는 생명이란 전체를 조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나의 문제, 나의 인생이 아닌 것들은 함부로 해도 되는 중요하지 않은 일인 것이다.



살면서


타인의 의견을 무시할 필요는 없지만 휘둘릴 필요도 없다고 본다. 그러다간 나도 아니고 남도 아닌 어정쩡한 무엇이 되어 살게 될 수 있다. 내 인생에 대하여 행인이 아닌 유일한 사람은 바로 나다. 나는 사람들이 생각할 수 없는 인생을 사는 거다, 내 맘대로 사는 거다. 내가 나를 이끄는 대로, 우주의 순리대로. 나는 이미 나다. 날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나였다. 바위에 부딪쳐 흔적 없이 사라지는 파도가, 한 번도 바다가 아니었던 적이 없듯이.



그러므로 나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나의 장래 희망은 그 누구도 아닌 '나'이기를, 바다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나'이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