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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09. 2022

목련꽃 지는 모습

# 조지 베일런트, 행복의 조건(Aging Well)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복효근, '목련 후기' 중)



아직 목련이 피려면 좀 기다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 피는 목련은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소망한다. 몇 해 전 공주시 어느 목욕탕 앞에서 찍은 목련이 내 브런치에 피었다. 


대학원에서 조지 베일런트의 책, '행복의 조건(Aging Well)'에 대하여 발제를 한 적이 있다. 하버드대 2학년생 268명, 범죄율 높은 이너시티 거주 14세 남학생 456명, 캘리포니아 도시지역 IQ 140 이상 여학생 92명... 세 그룹에 대하여 70년을 추적한 인간의 성장보고서. 


"행복한 삶을 산 이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행복한 삶에는 어떤 공식이 있지 않을까?"

 

이런 의문으로 연구자가 바뀌면서도 70년을 이어온 전후무후한 종단연구였다. 


'노화'란 죽기 직전까지 계속 성장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제2장 <사람은 안팎으로 어떻게 성숙하는가?> 이 부분이 특별히 와닿았다. 그렇지. 사람이 늙어간다는 건 익어간다는 뜻이고, '성숙'이며 곧 '숙성'이니까. 자연의 모든 것은 익으면 말랑해지고 맛이 든다. 부드럽고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처럼. 


조지 베일런트는 사람은 안으로 '정서적 성숙'을, 밖으로 '사회적 성숙'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중년이 되어서는 스스로 성취를 이루려 하지 말고,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며 그들의 성공으로 성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 세대에게 전통을 물려주는 과업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품위 있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소중하게 보살피고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해야 하며, 노년의 초라함을 감내하고 타인의 도움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희망을 잃지 않고, 유머와 삶을 즐기는 능력을 갖추고 다음 세대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려 노력하면서, 오래된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70년 동안 관찰한 결과, 행복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그러했다고 말이다. 


1920~1940년대 사람들과 사는 방식이 달라진 지금, 행복의 조건은 다르겠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같을 것이다. 죽기 직전까지 꽃을 피우는 고목을 생각한다. 목련꽃 지는 모습이 지저분하다고 비난하면 안되겠다. 젊은 나무보다 더 성숙한 꽃을 피워내는 나이 든 목련나무를 닮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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