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내게로 가는 길

# U턴 : 내게로 돌아가는 길

by 마음씀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속 유숙하던 그 많은, 허황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 날 문득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서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렘과 푸른 두려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 괜스레 주먹 폈다 쥐었다 하고 있을 것이다.

(이재무, '먼 길') *창비, 2007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라 그랬다. 이번에는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이 가장 먼 길이라 그런다. 내가 알기론 먼 길은 모르는 길, 낯선 길 뿐이었는데. 종국도 여정도 알지 못하고 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하지만 같은 길이라도 돌아오는 길은 또 멀지 않았다. 내가 내게로 가는 길은 모르는 길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 길이 멀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두 번


사는 세상이 아닌 탓에 나의 인생길은 멀게만 느껴졌고. 그 아득한 길을 살아오는 동안 혹여 돌아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생의 어디쯤에서 반환점을 돌아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 선 그를 말이다. 살다가 부딪치는 사람 많았겠지만, 나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일 뿐, 같은 길에서 맞닥뜨린 사람은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 길이 있으므로 나의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까.



길이란


그런 것이다. 내가 간 거리가 멀수록 돌아오는 길도 먼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으면,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도 많은 것처럼. 돌아가는 길을 망각한 채,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 길을 가지려 버둥대지 말자. 그래 이만하면 되었다, 이쯤이면 되었다. 이제는 반환점이 어디쯤인지,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을 살피면서 살기로 하자.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중년을 ‘인생의 정오(noon of life)’라고 했다. 중년이 되면서 인간은 이전까지 외형적인 것에 치중했던 삶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 자신의 본질적인 모습, 자신의 욕구에 대한 강렬한 자각이 일어나기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부터는 직업적 성취를 위해 집중해 쏟던 에너지를 자신의 내부에 쏟아붓게 된다고... 맞는 것 같다.



나 역시


사십 줄을 넘기면서 인생의 정오쯤에서 유턴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린이가 되어 가는 것도 중년의 꼭짓점에서 유턴하여 인생을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길이 같은 궤도를 돌아가는 거라면 좋겠다. 잘못된 생각으로 허투르게 살아온 흔적들 지워가게. 그러면 후회 없는 인생을 완성할 수 있으니까. 마침내 내가 세상 출발했던 그곳에 다다랐을 때, 이제 막 세상 밖 출발을 앞둔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R20140914-063732-5D_18631-20211203.jpg 다들 인생의 정오에서 U턴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