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18시 30분
자신의 나이를 3으로 나눠 봐. 8인데요. 그럼 8시란 거지.. 인생을 24시간이라고 치면 말이야. 아직 한참, 그러니까 이제부터가 아닐까? 아침에 일어난 거야, 넌. 잠이 덜 깬 거야. (아오노 슌주, 만화 '아직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 뿐' 중)
내 나이는 18시 30분.
오후 6시를 넘겼군. 이른 저녁이다. 정신없이 일하다 의자를 뒤로 젖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는 시간이지. 이런, 벌써 퇴근시간을 넘겼다. 퇴근 후 소중한 사람들과 보낼 멋진 시간을 상상하며 가방을 꾸려야지. 그리고 그 멋진 시간이 지나면, 내일은 또 어떻게 살 건지도 생각해 두어야 하지. YOU는 지금 몇 시인가요?
저녁에 저녁을 보다.
을왕리 바다에서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나이만 먹은 저녁을 본다. 아직 제대로 사랑하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바다는 주름진 얼굴로 하늘로 불려 올라가고. 잔뜩 상기된 얼굴빛으로 하늘과 바다 구분 없이 노을이 되어 번진다. 이룬 것 없어도 재미있게 살아나 봤으면. 불현듯 하루 종일 놀다 돌아와 녹초가 되어 쓰러지던, 유년의 저녁이 생각나고. 그때처럼 깔깔대며 놀다가, 노곤하지만 행복한 저녁을 맞았으면. 거창한 소원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사람들과 같이 밥 먹고 차 마시고, 오래도록 함께 시시덕거렸으면 좋겠다. 그리 잘나진 않았어도 단순함으로 세상을 사랑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들을 모으는 재미에 들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득의만면한 미소 지으며, 아름답고 후회 없는 밤을 맞이 했으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