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선에 대하여
괜찮냐고 물으면 반사적으로 끄덕이게 되는 건 왜일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은데. (아마모토 후미오)
괜찮다는 말은 우리가 하는 말 중 최고의 거짓말이다. 하지만 선의를 품고 있는 거짓말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씀이므로 위선이라 할 수 없다. 위선(僞善, hypocrisy)은 '거짓된 선'을 말한다.
'위-선'
그래 쉽게 말하자면, '위'만 선(善)이다. 아래는 악(惡)이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빙산의 일각처럼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은 그지없이 선한 표정과 행동이지만, 입장이 바뀌거나 상황이 변하면 아래에 있던 악이 흙탕물처럼 분노한다.
'감히? 너 따위가!'
'나는 되지만 너는 안된다.'
나에겐 한없이 너그럽고 남에겐 한없이 엄격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남의 잘못은 용납하지 않지만, 나의 잘못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믿으며, 그러므로 절대로 사과하지 않는다. 이중잣대를 가치관으로 갖고 사는 사람들. 이들을 '위선의 무리'라 한다.
2020년의 사자성어로 교수신문은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하였다. '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라는 뜻으로, 나라 전체를 물들인 '내로남불'을 한자로 옮긴 신조어라 한다. 그냥 '위선(僞善)'이라 하지, 아 네 글자가 아니구나. 이슬람교에서 위선은 최악의 중죄 중 하나로 취급받는다.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서도 위선자들은 겉은 금이지만 속은 납으로 된 무거운 옷을 입고 영원히 행진하는 벌을 받는다고 한다.
그 이유를 알겠다. 위선의 폐해는 코로나 변이 오미크론에 뒤지지 않는 무지막지한 전파력에 있는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의 도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도덕적 판단기준을 뿌리째 흔들어 버린다. 주변을 돌아보자. 내로남불을 행동양식의 일종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보일 것이다. 내로남불을 몸소 실천하는 훌륭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위선을 배우며 자라서는 안 될 것이다. 아 내 주위에도 위선에 감염된 사람들이 보인다.
심지어 아내까지도, "내가 해준 게 얼만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래도 돼."라고 말하곤 한다. 만우절에 결심한다, 일 년 365일 내내 만우절처럼 살지 말자고. 누가 괜찮냐고 물으면... 그냥 괜찮지 않다고 말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