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씀 Oct 10. 2022

길어서 길이던가

# 길의 생성과 효용에 대하여.


아무리 어둡고 험난한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고갯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법정스님)



그래,


홀로 개척자가 되어 나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자. 세상 모든 길에는 앞서 지나간 이가 반드시 있으니. 나의 길이란 게 있을까? 나만의 길, 나 홀로 가야만 하는 길이 진짜로 있긴 할까? 그래 착각이다. 그건 길이 아닐 것이다. 나 홀로 다녀서는 길이 되지 않는 것이다. 길이란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다녀야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개의 점은 선이 아닌 것이고, 두 개 이상의 점을 이어야 선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길은 점이 아니라 선에 가깝다. 그래서 대부분의 길은 길다. 길어서 길인 것인가. 그래서 아무리 짧은 길이어도 그 위에 있는 사람에게는 길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결국


길이란 지나간 사람의 발자국으로 만드는 증빙서류. 앞서 간 이가 없으면 태어나지 않는 흔적이다. 심지어 풀숲을 헤치고 나 스스로 만들고 있는 길조차도, 발길이 끊겨 숨어 있던 길일수 있다. 진짜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잉태되지 않은 길 뿐. 그러므로 나만 힘들고 험한 길을 가는 거라고 불평하지 말자. 이 어려운 길을 홀로 개척하고 있는 거라고 교만하지도 말자. 점과 점을 이으며 고민 끝에 지나갔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이 길을 걷자.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자. 



길에는


누군가의 이해와 공감 그리고 수용과 지지가 깔려 있다. 아무리 걷기 힘들고 어려운 길이라도 그런 연유를 생각하면 의지가 된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위기는 낭떠러지가 아니라 '길'이란 사실을 주목하자. 간혹 험한 지형으로 나타나 길이 아니라 느끼기도 하겠지만 길에 대한 신념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번 잉태된 길은 결코 없어지거나 잃어버릴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하자. 그래서 '나는 길을 잃었다'거나 '도무지 길이 없다'거나 하는 말들은 모두 거짓말이다. 길은 언제나 거기에 여러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위험한 길을 가기도 하고, 안전한 길을 지나기도 한다. 그리고 위험한 사람과 동행할 때도 있고, 안전한 사람과 동행할 때도 있다. 안전한 길도 위험한 사람과 가면 불안하고, 위험한 길도 믿을만한 사람과 가면 마음이 놓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위험한 길을 위험한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위험한 길도, 위험한 사람도 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니던가. 어떤 길을 가든지, 어떤 사람을 만나든지 내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불안하지 않고 위태롭지 않은 상태로 나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것은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그냥 나의 의지대로 '길'을 가자.





길 위에는 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연잎의 욕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