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이 많이 있는 쪽으로.
돌아보면, 뒤돌아보지 않기 위해 뒤돌아보는 내가 있다. (김선재, '언젠가의 석양' 중)
지금 돌아보니 그렇다.
뒤돌아보는 내 청춘의 모습이 보인다. 그때는 앞만 보기에도 숨 가쁜 청춘이었고, 빠른 속도만큼이나 시야는 편협했었다. 단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 잠깐씩 후방을 경계했을 뿐, 정말로 돌아보기 위해 뒤돌아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말이다. 앞만 보고 앞으로 달려가는 줄 알았는데... 내가 탄 열차가 뒤로 가고 있는 거라면? 뒤로 가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나 혼자 앞으로 달리는 거라면? 나는 앞으로 가는 것일까, 뒤로 가는 것일까.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람의 생각은 세월이 적은 쪽에서 많은 쪽으로 흐르는 모양이다. 오지 않은 앞쪽의 날보다 후회로 남은 뒤쪽의 날들에 시선이 끌린다. 우리 인생이 종착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아니라면, 어떻게 멈출 것인지도 생각해 두어야 할 것이다. 서서히 속도를 줄이는 연습도 필요할 것이다. 인생은 골인지점까지 전력을 다해 달리는 100미터 경주와는 다르다. 이제 나와 관련된 시간은 앞쪽보다 뒤쪽에 더 많이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므로 속력을 줄이고 뒤쪽을 바라보는 일은 우리 같은 이에게 필수과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