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고 싶은 길로 가란 말이 정답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울다가 돌아 나온 사람들은 모르지, 그곳이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음을. 막다른 골목에서 주저앉아 울다가 결국 막다른 골목이 된 사람들도 모르지, 당신이야말로 막다른 골목이 아니었음을. (정호승, '막다른 골목' 중 - 창비 2004)
그래 어쩌면,
여기는 막다른 골목이나 막다른 길이 아니었던 거야. 낯선 벽에 가로막히자 뜻밖의 겁을 먹었던 거지. 캄캄한 대낮에 눈을 감아버린 내가 밤중이라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거지. 물고기는 아무리 깊은 물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아. 꽃들은 낭떠러지에 걸린 흙에서도 꽃피우길 주저하지 않고. 길을 찾는 사람은 어떤 길을 만나도 겁을 먹거나 절망하지 않아야 하는 거야. 막다른 길도 길이니까. 그래 막다른 길도 길이고, 때로는 길을 잃는 것이 길을 찾는 방법이야. 막다른 골목을 만나면 그냥 돌아서면 되는 거라고.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거든. 그냥 시크하게 돌아서면, 열쇠 구멍 같은 환한 출구가 앞에 보일 거야. 내가 들어간 입구이자, 내가 나갈 출구인 거지. 막혀 있다고 그 자리에서 절망하거나, 이제는 길의 끝이라며 안주하면 안 되는 거지. 우리가 길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지만 않으면 세상 모든 것이 다 길이야. 지금 내가 있는 길을 '막다른 길'로 만드는 건, 바로 나 자신이란 걸 명심해.
BTS의 'LOST'란 노래에,
이런 말이 나온다. 길을 잃는 것이 길을 찾는 방법이라고. 막다른 길도 나의 길이라고. 돌아가더라도 언젠가는 그 길에 닿을 수 있다는 말이.
그래도 믿고 싶어 믿기지 않지만, 길을 잃는단 건 그 길을 찾는 방법.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거친 비바람 속에, 출구라곤 없는 복잡한 세상 속에, 수없이 헤매도 난 나의 길을 믿어볼래. 기약 없는 희망이여 이젠 안녕, 좀 느려도 내 발로 걷겠어. 이 길이 분명 나의 길이니까, 돌아가도 언젠가 닿을 테니까.
여기서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우리는 하나 이상의 길을 알고 있을 때 고민하고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대부분 그 물음은 답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답을 알면서도 굳이 묻는 까닭은 '실수'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수에 따르는 비난을 회피하고 변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제 그러지 말자.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실수라고 했다. 실수는 인정하면 그만이다. '앗, 쏘리!'라 말하며 수습하면 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또 어찌어찌 길이 생기게 된다. 이 길이 아니면 다른 길로 가면 되는 거고. 다른 길로 가다 보니 아까 그 길이 맞을 수도 있는 거다. 뭐 어떤가? 내가 가고 싶은 길로 가는데. 어느 길로 가야 하냔 물음에는, 가고 싶은 길로 가라는 대답이 정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