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대교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의 익사체로 남은 천사들이 한강으로 날아와, 성산대교니 행성이니 하는 것들을 부수고 있었다. 멋진 광경이었다. 이미지가 지루해지면 집으로 왔다. (송승언, '망원' 전문, 시집 <철과 오크> 중)
흐르는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다리가 있다. 무엇이 흘러가는 기척에 불을 켜고 응시하는 초병을 닮은 다리. 사실 그는 강 때문이 아니라 밤 때문에 저기 있는 것이다. 깊은 강이 아니라, 깊은 밤을 건너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사람들. 성산대교는 그런 사람들을 위해 1980년에 건설한 다리다. 한강을 이어주는 12번째 다리가 아니라, 한 밤을 건너 주는 아름다운 다리인 것이다. 뷰파인더 속에서 내가 바라본 성산대교는 그러했다.
아무도,
밤을 통과하지 않고는 새벽에 이를 수 없다고 했다. 인류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밤을 극복하고 낮을 맞이하면서. 낮과 밤이 공평하게 반복되어온 이 세상에서 인류가 생존해온 이유를 생각한다. 지금 내 주위가 어둡다는 것은 곧 밝아진다는 뜻이다. 밤이 있으면 낮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 년 동안의 낮과 밤의 길이는 같다. 살다 보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이 올 때도 있고, 고민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물러가는 밤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밤을 지나지 않고선 낮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지금, 무슨 일로든 한 밤중인 그대, 슬기롭게 이 밤을 건너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내일 그대에게 좋은 낮이 오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