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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Oct 20. 2022

바쁨 속에 들어 있는 느림

# 나는 나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느린 것은 느려야 한다. 느려져야 한다고 다짐하는 내 마음뿐, 느림, 도무지 느림이 없었습니다. 자유로운 자유가 없는 것처럼, 정말 느린 느림은 없었습니다. 나는, 나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문재, '정말 느린 느림' 중)



황급히


길을 가는 새들도, 사진으로 보면 여유롭기만 하다. 연신 방파제를 때리는  성질 급한 바다도, 사진 속에서는 그저 너그럽기만 하다.   물러나  나는 커피  앞에서 사진처럼 바라보는 세상은 전혀 바쁘지 않았다. 사진  세상에서는 모든 동이 금지되어 있는 것 같았다. 여유란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평온한 마음이라고 했던가. 그동안 나는 뭐가 그리 급하고 바빴던 것일까. 무얼 위해서 거친  몰아쉬며 달렸던 것일까. 브런치에  사진을 고르다가, 아야진 방파제 사진을 보고 혼자 웃는다.  겨울날 바다는 몹시 추웠다. 여러 가지로 많이 바빴지만 짬을 내어 군대  아들 면회를 갔었다. 그래 ''이다. 우리가 바쁜 가운데 어렵게 마련하는 짧은 느림, 정말 느린 느림이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느림을 끄집어 낼 수 있는 것이다. 바쁨 속에는 아주 많은 '느림'들이 들어있고, 느림 속에는 수많은 '빠름'들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아빠가 운전할 때 너무 불안해. 이구동성으로 아내와 딸이 성토하는 것으로 보아 나에게 문제가 있긴 있나 보다. 물리적 이동에만 급급하여 승객의 심리적 안정을 도외시하고 있었나 보다. 다시 여유를 찾자. 느려지자, 느려지자고 마음의 고삐를 늦추어 본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핸들을 잡는 것, 그것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오늘부터 사람과 일과 세상에 대하여 너그러워지기로 또 다짐해 본다.



유럽의


한 외교관이 외국 손님에게 자동차를 자랑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메르세데스를 무시무시한 속도로 몰았다. 마침내 집에 도착하자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차를 빨리 몰았으면 보통 때보다 반 시간이나 빨리 도착했소이다." 그러자 함께 타고 온 손님은 남은 반 시간으로 무엇을 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못 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그 자신도 몰랐던 것이다. 당신이라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하겠는가? 프랭크 미할릭이 엮은 책 '느낌이 있는 이야기' 중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 지금,


너무 서둘러 가고 있지 않은지. 마음이 몸을 앞서거나 몸이 마음을 앞서 가고 있지 않은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느림 속에서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아니 느림 속에서 보아야  것들이  많다. 그런   놓치며 총총거리며 차를 몰고 있지 않은지. 미리 체크하지 못한 까닭에 너무 일찍 도착해 버린  아닌지 걱정이 된다. 남들보다  빨리 도착한 그곳에서 딱히  일이 없다면 얼마나 뻘쭘할 것인가. 그냥 늙음과 낡음에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천천히 늙는 비결을 원하면서도 이렇게 과속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누가 스피드 건으로 나의 과로(過老) 단속해 주면 좋으련만.





뭐 그리 급할 것도 없잖아? 빨리 가서 뭐 하려고? 사진 속 세상에 대하여 너그러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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