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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Oct 24. 2022

나는 물이 좋다

# 물처럼 새로운 날들이 나에게로 흐르고 흘러.


시냇물이 소리를 내는 것은 물속에 돌멩이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들쑥날쑥한 돌멩이가 있기 때문에 시냇물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듯이 들쑥날쑥한 일상의 일들이 있을 때, 우리 인생도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여운학, '희망다운로드' 중)



그래, 


그 정도 우여곡절은 있어야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구겨진 곳 하나 없이 반듯한 종이보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종이가 더 멀리 나는 것처럼.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은 더 멀리 인생을 가기 위한 구겨짐인지 모른다. 날마다 시냇물처럼 새로운 날들이 나에게로 흐르고 또 흐른다. 우리는 물속에서 소리를 내는 돌멩이가 되어야 한다. 정말 힘들다 힘들어. 아~ 길게 숨을 내뱉기도 하면서 노래하며 살아야 한다. 그냥 삼키거나 아무렇지 않은 듯 참고 살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시냇물에서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살면서,


소리 없이 흐르는 세월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소리 없이 흐르는 물을 조심해야 하고, 기척 없이 다니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일을 도모하는지 짐작 가지 않는 상황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흐름이 멈춘 고요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요하게 고여있는 물이 어떤 마음을 머금고 있는지 주시해야 한다. 만약 물의 지위에 있다면 돌멩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고, 돌멩이의 위치에 있다면 침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위험은 조용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水善利萬物而不爭),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하니(處衆人之所惡),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故幾於道).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노자의 말에 많은 공감을 했었다. 물이 낮은 자세를 취하는 것은 세상 모든 무거운 마음들을 다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바다가 그렇다. 사람들이 어떤 근심을 버리고 가도 바다는 묵묵히 받기만 할 뿐이다. 다 받아서 '바다'인 것이다. 그래서 바다는 무겁다. 사람들이 흘리고 간 눈물처럼 짜고 무거운 것이다. 같은 연유로, 흐르는 강도 강바닥에 바짝 붙어서 이동한다. 시냇물도 무겁고, 심지어 한 컵의 물도 무거운 것이다. 자기는 그렇게 무거우면서도 배를 띄우는 것이 물이다. 마음껏 꿈꾸며 항해할 수 있도록 배를 밀어주는 것이 물이다. 그래서 나는 물을 좋아한다. 나도 물처럼 살고 싶다.





흐르는 물은 사진으로 찍어도 멈추지 않고 여전히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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