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다는 것
미니멀리즘이란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힘,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는 도구, 쓸데없는 것들에 나를 빼앗기지 않을 자유, 내 삶을 만족으로 채우는 행복이다.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 '두 남자의 미니멀 라이프' 중)
아내는
내 방에 올 때마다 제발 잡동사니 물건들 몽땅 갖다 버리라고 역정을 낸다. 나는 버려도 버려도 자꾸만 번식하는 잡동사니들이 놀라울 따름이다. 내다 버리는 수고에 비해 잡동사니 개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서랍을 가득 채운 컴 케이블과 부품들, 아이폰 3GS를 비롯한 퇴출당한 애플 기기들, 그리고 그것들의 포장박스. 버리지 않고 신줏단지 모시듯 모셔놓은 L-렌즈 박스들. 이건 내다 팔 때 풀 박스가 값을 더 쳐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책상 밑에 수그린 LP와 CD가 담긴 상자들. 언젠가 다시 살펴보고 버리려고 모아둔 덜 적은 노트들... 알았어 정리할게, 로 끝나지 않고 부연되는 나의 말. 당신도 냉장고 좀 정리해, 터질 것 같다고!
그러다가 문득,
내가 내다 버려야 할 것이 이런 잡동사니 물건이 아니라 좀스럽고 잡스런 생각들은 아닐까, 에 다다르고. 그래 이참에 쓰잘데 없는 잡념들을 좀 내다 버려야지. 초조, 불안 따위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야지. 미니멀하게 사는 거야. 소중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미니멀한 것이라는데, 덜 소중하거나 별로 소중하지 않은 것들에 집중하는 일 없어야겠다. 미니멀하게 산다는 건 삶의 동력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동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어날지도 모를 경우의 수를 예측하고, 논리적으로 이해타산을 따지며, 차가운 머리로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닐 것이다. 단순하게 가슴으로만 사람을 만난다는 뜻일 것이다. 덜 생각하고 덜 논리적으로 살되 더 많이 따뜻한 가슴으로 느끼라는 말일 것이다. 느리고 단순한 것들을 사랑하면서 미니멀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