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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25. 2022

행복했던 곳으로

# 가고 싶다.


내가 행복했던 곳으로 가주세요. (박지웅, '택시' 중)



경상남도


진해가 고향인 퇴직한 선배가 있다. 술 좋아하는 선배가 하루는 만취상태로 계동 현대사옥 앞에서 택시를 탔다. 


"손님, 집이 어디세요?" 

"집? 진햅니다." 


늦은 밤, 택시는 뻥 뚫린 경부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렸다. 비몽사몽 중에 정신을 차린 선배는 추풍령휴게소 근방에서 회차하여, 사는 곳 안양으로 무사히 귀가했다는 후문. 선배에게 유일한 '집'은 고향집이었던 것이다. 아마도 선배가 가장 행복했던 곳이 아닐까. 행복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 깊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이다. 나는 택시를 타면 어디로 가자고 말할 것인가. 내가 가장 행복했던 곳은 어디란 말인가.



누가


질량 보존의 법칙은 '행복 보존의 법칙'과 같다고 했다. 반응 전 물질의 질량과 반응 후에 생성된 질량이 같은 것처럼 질량은 늘 같은 양으로 보존된다고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만나는 행복의 양은 같다.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던 사람이라도 죽기 전에는 반드시 행복을 만난다는 말이다. 일 년 동안의 낮과 밤의 길이가 같듯이, 불행에 상응하는 행복이 반드시 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 그런 거였다. 그것도 모르고 불안하고 초조했었다. 지금까지 불행했거나 전보다 덜 행복하다면 곧 괜찮은 행복이 온다는 뜻인데. 어쩌다 찾는 월출산도 몇 개의 작은 능선을 오르내린 후에야 정상에 도달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지금 구부러지고 얽힌 내리막 길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지나고 보니 평탄하고 곧게 뻗은 길보다, 구부러지고 위태한 내리막 길이 더 아름답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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