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아름다운 소리, 확산
디퓨저(diffuser)를 만들었습니다.
디퓨저(diffuser)는 공기 확산기, 즉 확산하다, 흩트리다, 이런 뜻이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방향제 디퓨저를 생각하면 됩니다. 방안 가득 향기를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것,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겁니다. 향기가 퍼지는 거나 소리가 퍼지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의 향기도, 부딪히며 내는 소리도, 은은하게 번지는 성품도 향기처럼 주변에 영향을 끼칩니다.
음향 디퓨저, 사운드 디퓨저는 향기 대신 소리를 널리 퍼트리는 역할을 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를 분산시켜주는 기능을 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소리의 난반사를 막아 주어 음이 풍부해지는 음향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잘 갖추어진 공연장이나 청음실에 가면 울퉁불퉁한 구조물이 벽면이랑 천정에 부착되어 있는 것 보았을 겁니다. 바로 그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리를 흡수하는 흡음재가 있고, 소리를 반사시켜 흩어지게 하는 사운드 디퓨저가 있는 것이라 합니다.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디퓨저의 효과는 소리가 풍부해지고 생동감이 살아나며, 음이 선명해지고 귀에 닿는 촉감이 생생 해지며, 개방감이 커진다고 합니다. 말이 어려워 무슨 소린지 다 이해되진 않지만, 결국 음의 해상도가 개선된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귀를 가진 저로서는, 뭐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체감하진 못했습니다. ㅜ
지난 해 아지트를 '나만의 AV-ROOM'으로 만들면서 '적삼목'으로 디퓨저를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난수발생 프로그램을 찾았고, 물리학과를 졸업한 아들의 도움을 조금 받았습니다. 난수에 따라 적삼목 각재의 길이(높이)를 달리하여 자른 후, 목재용 접착제로 나무판 위에 단단히 붙였습니다. 한 쌍(2개) 만드는 데 이틀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작업이 어렵지는 않은데 손이 많이 갑니다. 각도절단기로 각목 사이즈별로 재단하고, 모서리와 표면을 매끄럽게 사포질 한 후 도면대로 높낮이를 다르게 하여, 사각 나무판 위에 붙이면 되는 일입니다.
다 만들고 나니, 적삼목 특유의 향기와 나뭇결무늬가 어우러져 이쁩니다. 마치 빌딩 숲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인테리어 효과도 제법 있습니다. 시중에 원목으로 제작해서 파는 상품도 있지만 생각보다 고가이고, 어렵지 않은 작업이라 직접 한 번 도전해 보기를 권해 드립니다.
음향 디퓨저 하나 가슴에 품고,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아름다운 삶의 소리글을 세상에 퍼트리고 싶은 소망을 가져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