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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Dec 05. 2023

찰나의 지점들 앞에서

# 시간이 핵심이다.

예쁜 순간들을 줍느라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떤 일을 해내는 데 세월이 필요하다면, 

그건 긴 시간이 곧 그 일의 핵심이기 때문이지요.

... 

순간순간의 과정을 즐기지 못한다면 

설혹 그 결과가 끝내 내게 다가온다고 해도, 

그 찰나의 지점이 뭐 그리 가치 있겠습니까. 


(이동진, '밤은 책이다' 중)




그렇단 말인가.


물은 그렇지 않은데

바람만 차가워 돌아보는 겨울의 바다.

 

지금껏 살아온 그 긴 시간의 지점들, 모두가 소중한 것이었다. 

그 점 같은 단편들이 이어져 시간이 되고, 

작은 세월을 이루고, 

점 같은 인생 하나를 완성하는 거였다. 


말도 없이 떠난 여름,

후임으로 매서운 겨울이 왔다


지루하도록 길었고 

습한 여름 같았던 그 긴 시간 동안

나는 찰나의 지점들 앞에서 얼마나 즐거워했을까. 


시간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시간을 갖는 것은 같지 않을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그가 들어 있고, 

그의 시간 속에 내가 들어앉아 있는 것. 


아,

왜,


이제야 나의 시간 곳곳에 앉아 있는

그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것일까?


다육이 화분에 얹어 놓을 예쁜 순간을 주우려고

교만한 허리를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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