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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28. 2023

見指忘月(견지망월)

# 달이 아니라 손가락을 보다




달을 보라고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켰으나 

손가락만 보고 달은 보지 못한다는 말, 見指忘月(견지망월) 


비슷한 말로는, 

손가락만 인지하고 달은 잊어버린다는 '인지망월'(認指忘月), 

고기를 잡고 나서 통발에만 집착한다는 '득어집전'(得魚執筌) 등이 있다. 


우리는 종종

본질인 '달'을 보지 못하고 

수단인 '손가락'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담긴 물보다 그릇 때문에 낭패를 보기도 한다. 


의도는 맑은 물을 주려는 것인데,

사람들은 그릇만 보고 곡해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딸과 아내 사이에서 말을 중계하다 빚어진 오해도 그러하다. 

물론 예의 없고 질그릇처럼 거친 딸아이의 말투가 

혼이 나야 하는 것은 마땅하지만.

 

나는 그릇보다 그 안에 담긴 물을 중시하는 타입이고, 

또 그 물에 녹아 있는 마음을 헤아리려 애를 쓰는 편이나, 

아내는 물이 아니라 버릇없는 그릇을 보고 화가 났던 것이다.


그날 딸아이의 물은 분명히 맑았으며, 

아내에 대한 불손한 마음이 들어 있지 않았다. 


다만 투박한 그릇을  버릇없이 던진 것에 대하여는

내가 먼저 시정시켰어야 했었지만. 


그래,

맑은 물이라면 맑은 그릇에 담아 줄 필요가 있다. 


마시는 물을 세숫대야에 담아주지 않는 것처럼, 

귀한 물일수록 귀한 그릇을 사용해야 본질이 살아남는 것이다. 


달을 가리킨 손가락은 결코 달이 되지 못한다는

달마대사의 말을 생각해 본다. 


본질을 보며 살자.




*만년필 > 트위스비 다이아몬드 Mini 클래식 - M 스틸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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