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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Nov 18. 2024

내 안에 있는 태양


빛이 안 나도 괜찮아. 하지만 따뜻해야 해.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중)



그래,


얼굴은 빛나지 않아도 가슴은 따뜻했으면 좋겠다. 빛나지 않는 밤이어도 태양은 여전히 뜨거울 것이고. 한낮의 백사장에 누워 눈을 감아도 보이는 태양 같은, 그런 두터운 느낌의 따뜻한 기운이 내 안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나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아만 주어도 내 안에서 달아오르는 기운을 느끼곤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거긴 어둠과 차가움과 낮음과 움츠림 뿐일 텐데, 어떻게 온기가 그렇게 쉽게 발현된단 말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따스한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그 에너지는 가슴속에 품고 있는 태양에서 나올 것이다. 세상을 향한 열정과 뜨거운 애정, 그리고 호기심으로 심장이 타올라야 가능할 것이다. 따뜻한 사람들은 태양의 액체가 혈관을 타고 흐를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따뜻할 것이다. 마치 잘 마른 장작과 같은 것이다. 제 몸의 수분을 버리고 온몸에 문신처럼 태양을 새긴 장작이기에 작은 불씨에도 쉽게 발화하는 것이다.



아,


고체의 태양은 알겠는데, 기체의 태양도 알겠는데, 액체의 태양은 무엇이란 말인가. 태양의 기름? 그럼 석유는 얼마나 많은 태양의 진액을 농축한 것이란 말인가. 슬픈 일이지만, 언젠가부터 우리의 혈관 속에는 액체의 태양이 흐르지 않게 되었다. 타인의 삶에 냉담하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흐르는 시간을 차갑게 바라보게 된 뒤로. 나 역시 그러하다. 세월 탓이라 세상 탓이라 말하겠지만, 사실은 내 안에 태양이 식어버렸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불이 잘 붙지 않는 것인지, 너무 많이 태워 소진되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타 오르지 않으면 태양이 아닌 것이다. 



일출과 일몰 명소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짐작한다. 그들이 시간을 내어 불타는 태양을 찾는 것은 자기의 식은 태양에 다시 불을 지피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불타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 뜨거운 마음을 가슴속에 품으려는 욕구는 인간이 가진 본능인 것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뜻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자, 불타는 태양을 찾아 나서자. 일출이든 일몰이든 다 괜찮다. 그 광경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 있는 태양은 점화될 테니까. 그리하여 우리, 한 번 더 뜨겁게 살아보자.




샤크섬 일출, 좋은 날이나 좋지 않은 날이나 언제나 태양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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