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천둥소리가 하늘을 잠식하는 중이다.
찜통더위에 걷는것 조차 힘에겨웠던 수일이 지나갔다. 아직 남은 더위를 견디려 마지막 힘을 짜내는 중이다. 점심 식사후 급격히 흐려지기 시작하던 하늘은 급기야 한두시간 빠르게 흘러가는지 어두움이 몰려들었다. 먼하늘은 연신 괴성을 뽑아내고 있다. 소나기가 내릴 모양이다. 아니면 태풍이라도 지나가려나?
새벽 이른 출근 날이라 일기예보를 놓쳤더니 부지불식간에 맞는 상황에 얼떨떨하다. 일기예보를 살펴보았다. 내일까지 집중호우가 예상된단다.
시간에 맞지않게 어두워진 하늘과 천둥소리에 빈 사무실에 앉아 가라앉는 마음을 그대로 둔다. 드디어 벼락 소리가 들린다. 곧 쏟아부을 모양새다.
천둥소리, 어두운 하늘.
점점 흐려지는 이성을 뚫고 17년전 어느날이 불현듯 떠 올랐다. 그날은 늦은 결혼과 함께 찾아온 아이의 출산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아 남산만한 배를 내밀고 지내던 때였다. 수십년만의 태풍이 북상중이었다. 신혼이 대부분 그렇듯이 우리도 낡은 아파트가 첫 보금자리였다. 허술한 샷시 유리가 미친듯이 흔들린다. 넘어질듯 위태로운 창문아래 규모가 작은 방은 피할곳도 마땅치 않았다. 겁많은 나는 자꾸만 뭉쳐오는 배를 부여잡고 겁에 질려 남편을 못살게 굴고 있었다. 늙은 엄마가 어렵게 지켜내고 있던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두려움을 오롯이 받아들인 것인지 딴딴하게 뭉쳐 위험신호를 보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괜찮다고 위로하고 손잡아주던 그 사람의 따뜻했던 그날 밤의 품이 생각났다.
나는 자꾸만 추억에 달달한 소스를 첨가하면서 미화시키는 중이다. 요즘 내가 하는 작업질이다. 그러지말아야지 하면서도 사실인듯 사실이 아닌듯 가물가물한 기억에 msg를 뿌리는 중이다.
어찌되었던 천둥소리로 시작된 내 추억의 혼돈은 결국 그의 따뜻했던 품이 그리워 서러움을 삼킨다.
천둥치는 어느 밤 같은 오후, 미치도록 그의 체온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