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을 잊지말자고 매일 다짐했다.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있냐며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불과 두달전까지도.
시간은 망각을 선물한다. 결코 받고 싶지 않은 망각도 있고 빨리 받고 싶은 망각도 있다. 때로는 잊고 싶기도 하고 잊어버릴까 두려울 때도 있다. 그 모든 종류의 망각이 나를 둘러싸고 옥조여 온다. 나는 망각과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남편의 죽음을 잊고 싶은 마음과 그를 잊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의 대치 상황, 어려운 상황에서 선물처럼 주어진 직장에서의 생활은 극단적이고 이중적이라 감사와 원망이 넘나든다. 아침 출근길에는 그래도 출근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저녁 퇴근길에는 지치고 힘에 겨워 그를 데려가신 하느님을 원망한다. 나는 얼마나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얼마나 변덕이 심하고 간사한가 말이다. 그런데도 십자가 앞에서 끊임없이 소원을 주절거린다. 이쯤되면 당연히 들어 주셔야 되는거 아니냐고 앙탈을 부린다. 어리석은 나는 기도하는 법도 모르면서 매일 십자가 앞에서 성호를 긋는다. 하나 남은 내 가족, 내 아이를 잃을까 봐, 그 아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도 간사하게 십자가 앞에서 울며 매달린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손을 보며 그분이 더 아프겠구나 싶으면서도 나는 나약한 존재이니 이 아픔을 거두어가시고 더 이상 상처주지 맙소서 기도한다. 오늘도 간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