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강력한 한파가 물러가고, 새 학기의 시작과 새 직장에서의 시작을 앞두고 우리 가족은 군위에 들렀다.
오늘은 계단 밑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계단을 올려다 보니 지난 달까지 보이지 않던 녀석들이 보인다. 포근해진 날씨를 즐기듯 늘어져 방문객을 맞는다.
목적지에 올라서니 듬성듬성 늘어져 볕을 쬐는 지킴이들이 눈에 띈다. 오랜만의 날씨를 즐기는 녀석들은 마치 망자들이 외로울 새라 옆을 지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때부터 유독 눈에 들었다. 녀석들은 낑낑대는 소리 한 번을 내지 않았고 그 큰 덩치로 어슬렁거리며 다가와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어 대었다. 한 녀석은 봄, 한 녀석은 가을, 나머지 녀석들의 이름은 듣지 못했지만 익숙해져 정이 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한 해가 지나며 더 늘어난 식구도 여전히 조용히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겨준다. 목청이란 게 없는 듯 낑낑 소리 한 번을 내지 않는다. 신기하다. 유독 조용한 납골당에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그들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오직 나 혼자만 있는 듯 적막하기도 하다. 이곳의 분위기가 그랬다. 벌레조차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할 것 같은 정막이 자리 잡고 있는 그런 곳.
묘원 입구에 분명 '개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문구가 있지만 전혀 이질적이지 않게 그들은 이미 이곳 식구들이다.
가끔은 능청스럽게 와서 엎드려 음식을 기다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또 '오늘은 줄 게 없어, 미안해.'라며 몇 번 이야기하면 길게 기지게를 켠 후 어슬렁어슬렁 빛 잘드는 양지로 나가 늘어져 낮잠을 잔다.
이곳 신부님께 들은 이야기는 이러하다. 방문객들이 모두 돌아가고 밤이 되면 야생 짐승의 울음 소리가 세상을 지배한다. 그 중에는 사나운 멧돼지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 소란스런 밤이 되면 하루 종일 묵언 수행 중이던 목을 풀고 짖어대며, 산 속의 짐승을 쫒고 잡아오느라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하니 이곳 묘원을 지키는 진정한 지킴이들이다.
돌아오는 길,
녀석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맡기고 내려오는 길.
그래도 너희들이 있어서 덜 무섭고 덜 외롭겠구나. 고맙고 대견하다.
다음에는 먹을 것도 조금은 준비해 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