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각양각색의 새들이 상점을 가득 매우고 있다. 캔넬에서 멋진 깃털을 뽐내며 선택을 기다리던 작은 새는 깃털에 힘을 준다. 매일 찾아 오는 손님들은 왜 작은 새의 예쁜 깃털을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어제까지도 선택받지 못한 작은 새는 자존심이 자꾸 작아져 소멸될 지경이다. 오늘도 마지막 힘을 모아 날개를 다듬는 중이다. 모처럼 찾아온 손님에게 선택되기 위해 젖먹던 힘까지 쏟아 붓는다. 왠일로 손님이 작은 새를 바라본다. 손님과 작은 새의 눈이 맞추어진다. 다행이다. 선택된 작은 새는 새로운 집, 새로운 둥지로 옮겨진다. 주인은 그 암컷에게 '마마'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녀는 오늘부터 그의 마마가 되었다.
<교만>
그리 크지는 않지만 예쁘게 색을 입힌 새장에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창으로 보이는 바깥 세상을 동경하는 시간들이 마마의 하루일과이다. 그집의 절대권력, 사랑받는 마마는 이제 노력하지 않는다. 깃털을 손질하지도 힘주어 목청을 가다듬지도 않는다. 이미 이 집 남자의 눈이 멀었으므로 노력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마마는 그 남자를 집사라 부른다. 그녀, 마마에게 홀딱 반한 집사는 규칙적인 먹이 공급에 열을 올리고, 마마가 좋아하는 간식을 챙기느라 자신의 시간을 쪼갠다. 가끔은 답답해 하는 마마의 환경을 바꾸어 주기 위해 새로운 공간으로 여행을 다녀온다. 집사는 예쁜 목소리로 노래하는 마마를 기대하지만 오늘도 마마는 집사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마마는 오늘도 불만이다. 새장 밖으로 나아가 훨훨 날아다니고 싶다. 저 푸른 하늘을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예쁜 새이고 싶다. 집사는 눈에 불을 켜고 새집만 바라보고 있는 들고양이를 가리키며 위험하다고 마마에게 설명한다. 밖은 위험하다고, 새장안이 안전하다고. 집사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라 마마에게 진심이며 열심이다. 마마는 자신의 예쁜 날개와 옥구슬같은 울음소리 덕분에 이런 사랑을 받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마마는 예쁘고 빛나는 어린 새이므로. 그러므로 사랑은 영원하리라. 이곳은 멋진 세상이고 매장에서 기울였던 노력 덕에 당연한 대우라 믿는다. 누릴 자격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옆집 새는 오늘도 프리미엄 간식을 먹었다고 자랑 중인데 내게는 프리미엄 간식을 언제 줄 거냐고 집사를 조른다. 매력에 비해 집사의 사랑이 부족하다. 마마는 그랬다. 교만한 마마는 도를 넘는 중이다.
<사라진 집사>
그럴리가 없는데. 한끼도 빠지는 법이 없는데 아침부터 집사가 보이지 않는다. 마마는 금새 기운이 빠진다. 익숙해진 하루 일과가 엉클어진다. 준비없이 닥쳐온 집사의 부재는 불편에서 절망으로 빠른 전환을 맞는다. 굳게 잠긴 새장 문이 열리지 않는다. 마마에게는 생명줄이다. 저 문이 열려야 하고 그래야 먹이를 구할 수 있다. 이곳은 이제 탈출해야만 하는 곳으로 변질된다. 사랑을 주던 집사를 잃었다. 짜증은 슬픔으로 바뀌고 집사가 그리워 울부짖는다. 맑았던 목청은 쉬어 슬픈 멜로디가 된다. 마마는 둥지 속에 자리잡은 작은 알을 의식한다. 슬픔이 곱절이 된다. 알을 품어야 하는데 끊긴 먹이로 기운이 빠진다. 알에서 나던 윤기도 사라지고 쪼그라들기 시작한 알이 보인다. 정신을 차려야만하는 이유이다.
<탈출>
온몸으로 부딪힌다. 다른 방법은 알지 못한다. 마마는 무력했다. 고통스럽다. 몸이 으스러지는 것만 같다. 마마는 사랑받는 동안 나태해졌던 자신을 깨닫는다. 어리석었던 그때가 미치도록 후회된다. 사랑을 잃고 혼자 서야하는 새는 날개가 으스러지도록 부딪힌다. 결국 문이 열린다. 다행이다. 작은 희망을 발견한다. 새장 밖으로 발을 내민다. 새장을 벗어나며 생긴 생채기는 심장에 남았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한 어린 알을 살리기위해 마음을 강하게 먹는다. 찢어진 날개에 힘을 더해 힘차게 날개짓을 해본다. 아직은 멀리 날아오르지 못하지만 괜찮다. 작은 먹이라도 포획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러면 되는 거다. 이렇게 살아나가면 된다. 공급받던 먹이는 아니지만, 어떤 날은 빈손이기도 하지만 굶지 않는 날도 생겼고 알을 품을 수도 있게 되었으니 그러면 된거다.
<친절>
그들의 영역을 빼앗지 않는 한, 이웃에 사는 새들은 친절하다. 친절한 옆집 새, 프리미엄 간식을 먹던 그 새가 자신의 영역을 빌려 준다. 그곳에서 먹이를 구하고 일정정도의 먹이를 자신에게 줄 것을 요구한다. 제의를 받아들인다. 그렇게라도 내미는 손에 감사를 전한다. 때로는 어설픈 마마를 걱정하고 힘내라 응원을 보낸다. 모두 좋은 새들이구나. 함께 살아가면 외롭지 않겠구나 위로가 되어주니 마음의 상처도 무뎌진다. 이웃집에 삯으로 내어 준 먹이를 빼면 겨우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준이지만 괜찮다. 먹이 사냥도 미숙한 어미 새에게 이정도도 과분하다. 어미새는 옆집 새가 고맙다.
<다시 빈 손>
빼앗겼다. 이유도 모른채 안정감을 주리라 생각했던 사냥터를 빼앗기고 이제 막 부화에 성공한 어린 새끼와 빈손이 되었다. 사냥터는 이미 구역이 나뉘어 있고 그 구역에는 주인이 정해져있다. 이웃집 새는 벌써 마마 대신 다른 새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마마는 밤새 울다 아기 새와 잠이 든다. 내일은 또 다른 희망과 만나기를 소망한다. 날개는 망가지고 당장 먹을 먹이도 없다. 새장은 집사가 사라진 뒤 마마의 새장이 아니게 되었다. 곧 새 새장을 구해야 한다.
<위험해도 괜찮아>
다시 시작한다는 것, 멋있어 보인다. 용기가 부럽기도 하다. 위험한 생각이다. 마마는 집사를 잃는 순간 이미 다른 새가 되었다. 생각이 변하고 감정이 달라졌다. 여러 날을 자책하고 돌려주지 못한 사랑을 후회한다. 이미 늦은 후회를 정리하고 오늘을 살아야 한다. 다행히 마마같은 새를 위한 구제제도가 만들어져 있다. 마마가 예쁜 새장 안에서 유유자적 신선 놀음을 할 동안 세상은 작고 힘 없는 새를 위해 계속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다행히 조금 더 새장에서 지낼 수 있고 먹이를 보조 받을 수도 있다. 이기적이던 마마가 새장 밖에 발을 내밀고 위험에 직면한다. 의지가 무너지기도 하고 배신도 당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그러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기 새에게 예전의 집사처럼 많은 것을 해 줄 수는 없겠지만 절망하지는 않는다. 다른 새의 도움에 조금 기대고 마마의 많은 노력이 합쳐지면 그러면 된다. 괜찮아 질 거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덜 힘들 것이다. 그러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