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늙고 싶었다.
뽀오얀 백발 머리는 삶의 연륜과 품위를 보여주고 조곤 조곤 말하는 음성은 믿음과 신뢰를 보여준다.
팔십육세의 원로 배우가 노래를 한다. 떨리는 음성은 아름다운 바이브레이션을 만들고 두손모아 맞잡은 마이크는 그녀의 긴장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한음절 한음절 정성 들이지 않은 구간이 없다. 심사위원도 동료도 시청자도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다. 마치 그녀의 생애를 마주하는 듯 감동스럽다. 그래서 그들도 나도 깨닫지 못한 눈물 한방울을 맞이하게 되는 모양이다.
오십대에 들어서며 나는 거울이 무서웠다. 어느새 온통 얼굴을 차지하는 주름과 기미, 미처 관리 하지 못해 생긴 뾰로지의 없어지지 않는 흔적이 영광스럽지 못하게 온 얼굴을 잠식한다. 나는 내 얼굴을 책임질 나이가 되어서야 책임을 회피하고 싶었다. 현실은 상상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점점 두꺼운 화장으로 변장을 시도하는 중이다. 한 마디로 나의 오십대는 추하고 부끄러운 상처투성이의 민낯이었다.
최선을 다해 살고자 했고 그렇게 잘 살고 있는 줄만 알았다. 살다보면 저리 곱고 아름다운 노년이 되어 있으리라 기대도 했었다.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결과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라는 여행길의 중반부 즈음에서 나는 낙담하고 반성하는 중이다.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시 나를 가다듬는다. 아직 반을 지나는 중일 뿐이지 않는가? 남은 인생이 얼마이든 어쩌면 약간의 변화와 함께 그래 이 정도면 잘 살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어질 날이 올 수 있지도 않을까? 자꾸 거울 앞에 서야겠다. 말간 얼굴을 마주한 체 내 삶의 흔적을 들여다 보고 삶의 길을 잡아야겠다. 무엇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야겠다. 마이크를 잡고 파르르 떨며 노래하는 저 연로한 여배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