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럴 줄은 나도 미처 몰랐었지.
어제 그렇게 좋아했던 일이 오늘 갑자기 싫어지고 어제 그렇게 싫어했던 일을 오늘 나는 즐겁게 마주하고 있다. 변덕쟁이도 이런 변덕쟁이가 없다.
사람을 사귀고 만나다 보면 그 관계는 깊이를 더하게 된다. 의리상 또는 면을 세우기위해 반강제적으로 어떤 일을 해치워야 하는 경우도 늘어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발을 들여놓았던 도서관에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하며 봉사를 시작했다. 물론 처음은 호기심과 흥미로 시작되었다.
일의 양이 많아지고 바빠지며 내 시간을 쪼개어 넣기 시작하면 그때는 더이상 봉사가 아닌 의무 방어전으로 넘어간다. 힘에 부치고 도망가고 싶기도 하다.
성당에서도 마찮가지였다. 하느님 만나러 가는길에 내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는 그 길에 지인이 생기고 관계성이 깊어지며 외면하지 못하는 일을 맡기 시작했다. 결국 분량은 늘어나고 책임감과 함께 체력의 한계도 온다.
그렇게 도망가고 싶던 일에서 벗어날 기회는 쉽게도 왔다. 내 인생의 가장 큰 고난이었고 벌이었던 그 일 이후 삶의 전선에 뛰어드느라 모든 봉사나 활동들은 전면 중단되었다. 완벽하게 벼러진 칼로 자르듯 싹뚝끊겼다.
길어도 너무 길었고 많이 아팠던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약간의 평정심이 찾아온 어느날, 우연한 기회가 찾아왔다. 아직 아무도 내게 도움의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나는 마침 근무시간을 비켜가기도 했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에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 능력은 없었지만 아주 작은 힘은 보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긴 겨울잠을 자고 깨어났는데 잠들기 전의 머리속은 모두 삭제 된 것 같은 곰이 한마리 앉아서 그들을 돕는다. 아니 그들에게 정신적 도움을 받고 있는 건지도. 너는 아직 살아 있다고, 너의 존재를 우리는 잊지않고 있었다고 그렇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서 좋았다. 다른 어떤 말도 필요없었다. 그저 좋았다
조금씩 내 안에서 숨을 쉬기 시작하는 열정이라는 놈을 깨닫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른 일들에도 손을 내민다. 회사 외에는 시체처럼 누워만 지낸 지난 2년이 밑거름이된 건지 나는 다시 용기를 내어본다.
변덕쟁이는 오늘 부린 변덕이 기특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