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이 아이를 설득한다.
학비 저렴한 대학교를 목표로 입시 준비를 다시 계획하라고 조언한다. 엄마의 부담을 줄여주라는 나름의 대안일 것이다. 그들의 얘기에 입을 다물었지만 마음은 들끓는다. 화가 났다.
우리 부부의 목표는 늦게 선물처럼 온 아들의 입시 성공이었다. 소위 말하는 인서울을 위해 무리가 되더라도 필요하다면 학원을 보냈고 집의 TV는 온종일 켜지지 않았었다. 오로지 아들의 공부에 촛점을 맞추는 생활이었다. 아이에게 아쉬울 것 없이 다 해 주고 싶었던 남편의 최선이 왜곡되는 느낌이다. 그의 부재 일주일 만에 주위에서는 우리 의사와 상관없는 간섭과 걱정으로 아들을 설득하고 있다. 고향에 있는 국립대에 가라고 걱정을 앞세운 간섭이 시작되었다. 학비 싼 대학교가 최선이 될 것이라고. 발 빠른 그들의 걱정에 가슴이 무너졌다.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심사숙고 해 보겠다고, 아이에게는 더 이상 강요하지 말라고, 자신의 목표가 차단 당하는 낭폐감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아이를 불러 말했다. "아들아, 너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해. 아빠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너가 더 잘 알지 않니. 너가 행복하고 너가 하고 싶은 거면 돼.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주자. 엄마가 너의 학비는 따로 준비해 뒀으니 걱정마."
거짓말이다. 남편의 희망이 무시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아이의 기가 꺽일까 봐 겁이 났을 뿐이다. 대책없는 약속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마음은 갈팡질팡. 그래서 더 아프다. 이제까지 처럼은 해 줄 수 없을 것이 분명한데 어떻게 하지? 정말 국립대만이 정답이 된다면 그때는 어쩌지. 두 남자에게 미안해서 어떻게 하지. 매사 자신만만 했던 나는 인생 최초의 난관에 부딪혔다. 겁이 난다. 앞으로 내가 선택할 우리의 미래와 해 줄 수 있는 것의 한계로 인해 아들의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하지.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것은 의외로 강한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압박감조차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