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포도청이다. 그 만큼 먹고 사는 문제가 제일 무섭다는 말이다. 실감한 적은 단연코 이번이 처음이다. 적지만 남편이 벌어 온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별로 어렵지 않게 하며 지냈다. 모든 경제 문제는 남편이 알아서 했고 최근에서야 내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 정도로 나는 결혼생활 18년을 공주마마였다. 쌀 떨어지면 빵 먹으면 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가정 경제는 나의 소관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들의 남은 교육과 입에 들어갈 양질의 식사를 걱정해야 한다. 오늘도 밥이 넘어가지 않지만 아이와 식탁에 앉았다. 밥도 귀찮고 그저 며칠만이라도 슬픔에 함몰되어 지내고 싶다. 먹고 싸는 일에서 초연하게 나의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 그러나 이미 나에게는 그런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남편이 남긴 흔적을 더듬으며 일원 한푼이라도 찾아내야 하고 여성 일자리 센터에 가서 상담을 하고 이력서를 다시 작성하고 무슨 일이든 시작해야 할 용기를 가다듬으며 슬픔은 옆으로 밀어 둔다. 마음껏 그리워하고 슬퍼할 자유도 한 부모가 된 나에게는 허영이다. 현실이 두렵다. 사회로 다시 나아가 부딪혀야 한다. 남편을 만나기 전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 그것도 준비 운동도 없이 빠르고 신속하게.
누가 나를 등 떠 밀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