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편이 사라졌다

by 완뚜

전화통에 불이 난다. 그가 떠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간섭이 시작되었다. 제사는 어찌 할거냐? 49제는 지낼거냐? 너무 천주교식으로 하는 건 아니냐? 납골당에는 언제 갈거냐? 사망신고는 했느냐? 보험은 대출은 등등 궁금한 것도 많고 걱정도 많은 모양이다. 그 동안 연락도 없었고 어찌 사는지 궁금해 하지도 않았던 친척들이 전화를 걸어 온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찮고 화가 난다. 그는 항상 내 앞에 버티고 있었다. 내가 불편하거나 마음 상할까 봐 눈치를 살피고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했다. 그의 부제를 며칠 만에 바로 깨닫게 된다. 며느리로서 당연하게만 여겨지던 명절을 준비한 후에는 그의 잘못도 아니건만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던 그가 생각난다. 그런 날이면 그는 내게 '우리는 나중에 제사는 지내지 않게 해 줄게.'라며 호언장담했었다. 믿지는 않았지만 그의 노력이 눈에 보여 쉽게 기분이 풀렸었다. 그렇게 나의 기분을 맞추어 주던 남자다.


그는 거짓말쟁이다.

시집식구들의 설득으로 그의 제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가 떠난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바로 다가 온 추석 명절에 지낼 그의 차례상 준비이다. 이렇게 본인의 상을 차리게 만들어 놓고 그는 떠나 버렸다. 결정을 하고 아버님께 연락드리고 소파에 앉아 마음을 가라 앉혔다. 명절에 조용히 남편곁에서 그와의 시간을 추억하고 싶었다. 이번 추석은 친척들이 몰려와 분주한 명절이 될 것이다. 손님을 치르고 직장 일을 해야 하는 나는 결국 이번 명절에는 그를 보러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이미 내편을 들어주지도 못하는 곳으로 가 버린 그의 제사상을 준비해야 한다. 가슴이 아릿해진다. 곧 목에서 꺼억 소리가 올라오고 그 뒤를 따라 눈물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런 날 만이라도 그가 미웠으면 좋겠다.

먼저 가 버린,

그래서 모든 짐을 내게 넘긴 그가 정말 미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