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을 대하는 자세

by 완뚜

지독히도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미뤄 두었던 서류 정리를 시작했다. 보험금 청구를 위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병원에 왔다. 아픈 사람이 왜 이리 많은지 놀랍다. 병원 입구부터 주차장에 입차하기 위해 줄을 썼다. 서로 빨리 가려고 자동차 앞 범퍼를 밀어 붙인다. 여유가 없어 보인다. 정신이 선명하지 못한 나는 넋을 놓고 줄을 따라 기다리고 있었다.움찔 흔들리는 차 때문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동차의 옆구리를 택시가 부딪혔다. 그런데 정작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내리지 않는다. 태연히 앉아 있는 아저씨의 유리창을 두드려 항의를 하고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를 받았다. 순간 화가 나고 당장 전화해 하소연할 남편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울컥해진다. 이 차는 남편이 큰 마음 먹고 나에게 선물한 차였다. 차가 나오던 날 그렇게 활짝 웃으며 좋아하던 남편의 얼굴을 처음 보았었다. 자신이 약속 지켜줬다며 연신 생색을 내던 들뜬 모습이 선연하다. 아깝고 가슴 아픈 마지막 선물이 상처를 입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병원에 도착하니 응급실 앞은 인산인해다. 엠블란스가 5대나 들어와 있다. 코로나 검사실 앞도 붐빈다. 연휴 끝이라 그런가. 과수납 되었던 병원비를 정산하고 보험회사 제출용 진단서를 기다린다. 담당의사를 기다려 서류를 받아야 한다. 다른 볼 일도 많은데 오전을 병원에서 계속 보내게 생겼다. 이곳으로 향하기 위해 차에 오른 그 순간부터 차마 그곳으로 가고싶지 않아서 심장이 조여 왔었다. 어렵게 도착한 병원에서 대기중에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서류를 만드는 과정은 만만하지 않다.


병원에 도착한 순간부터 계속 되는 질문은 사람을 무안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사망한 남편의 서류를 만들러 왔는데 직원이 여러번에 걸쳐 남편의 이름을 부른다. 나는 직원에게 사망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시 그와 나의 관계를 묻는다. 부인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몇 차례나 거친다. 입이 떨어지지 않는데 자꾸만 묻는다. 잔인하다. 서류를 하고 산 사람의 살아 갈 여건을 만들기 위한 절차가 참으로 잔인하다.

병원처럼 직원이 딱딱한 곳도 드물다. 차갑게 묻는 말에 남편이 사망했다는 나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들은 대부분 목소리가 줄어 들고 눈을 피한다. 나름의 애도와 민망함인가. 그런 모습을 마주하며 나는 근거도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모순이다.


아직 사람을 대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익숙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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